펀드밭의 잡초, 소액 펀드를 어쩌나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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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협회는 9월 중순 각 회원사(자산운용사)에 ‘펀드 대형화 업무 안내’라는 제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른바 ‘자투리 펀드’로 불리는 소액 펀드의 통폐합 계획서와 실적을 매달 2차례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형식은 협조 공문이지만 그 뒤에는 금융감독원의 ‘권고’가 있었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매달 5일과 20일에 소액 펀드 통폐합 상황을 보고하고 있지만 실제 실적은 신통치 않다는 것이 협회 안팎의 반응이다.》

○펀드 수만 세계 최고인 ‘펀드 후진국’

1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4484개였던 설정 규모 100억 원 미만의 소액 펀드는 이달 4일 기준 5040개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는 1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펀드도 1544개나 된다. 100억 원 미만 소액 펀드가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8%에서 56.7%로 높아졌다.

12월 현재 8890여 개의 펀드가 운용되는 한국은 펀드 수가 협회의 조사 대상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질적인 면을 따져보면 사정은 다르다.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펀드 1개당 순자산은 약 300억 원(3338만 달러)으로 미국(14억2481만 달러) 영국(4억4380만 달러) 홍콩(6억3343만 달러) 일본(2억3253만 달러)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규모가 작은 펀드가 많다는 뜻이다.

○펀드 난개발이 만든 ‘펀드 공화국’

펀드의 난립 현상은 자산운용업계가 자초한 면도 있다. 특별한 기준도 없이 유행하는 테마에 따라 졸속으로 상품을 개발해 내놓은 뒤 투자자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행태가 몇 년간 지속된 결과라는 것이다.

어찌됐건 소액 펀드의 난립은 결국 투자자들에게 손해다. 펀드 매니저가 여러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작은 규모의 펀드에 신경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펀드가 너무 많으면 운용사의 각종 비용이 늘어난다. 규모가 작은 펀드에 분산투자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감독당국이 소액 펀드를 ‘정리’하라고 꾸준히 압력을 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법률상으로는 운용 규모 100억 원이 넘지 않는 펀드는 투자자 동의 없이 해지할 수 있다.

○“감독 당국 개선책 필요” vs “업계가 솔선해야”

그러나 ‘현실’은 ‘법’과 다르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주장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펀드를 해지하면 반발이 클 뿐 아니라 고객 이탈이 생긴다”며 “투자자가 세제 혜택이 있는 펀드를 해지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도 많은데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는 “판매사가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개선책을 내놓거나 투자자가 소액 펀드를 대형 펀드로 갈아탈 유인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적인 검토는 더 진행하기 어렵다”며 “업계 스스로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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