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폭탄 “이게 아닌데…”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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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질 줄 알았던 매물 뜸하고

꽁꽁 언 거래에 집값 꿈쩍 않고

2주택자 “양도세 내느니 증여”

“매물요? 급매 한두 건 빼고는 없어요. 거래 안 되는 걸 보세요.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면 지금처럼 거래가 없겠어요?”(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

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종합부동산 제도 도입을 통한 보유세 강화, 다(多)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인상, 대출 제한을 통한 수요 억제로 요약된다. 반(反)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강력한 규제가 쏟아진 결과 올해 들어 집값은 어느 정도 잡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규제 강화를 통해 정부가 노렸던 ‘매물 증가’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금 부담을 못 이긴 기존 주택이 대거 쏟아져 나와 집값이 떨어지고 자가(自家) 보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 “종부세 매물 아직은 없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인원은 50만5000명(법인 포함)으로 작년(34만800명)보다 48% 늘어난다. 이 가운데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38만1000명으로 지난해(23만2000명)보다 64.2%나 증가한다. 특히 올해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24만2000명으로 지난해 16만4000명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초 종부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보유세 부담을 대폭 높이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세정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대상이었다가 집을 처분해 올해 종부세에서 제외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을 보유하는 쪽으로 일단은 방향을 틀면서 세금 부담만 높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매물이 많이 쏟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거래가 뜸했다”고 전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 기준일 직전 달인 5월의 거래량은 3만3482건으로 4월(3만6053건)보다 2571건 줄었다.

○ “양도세 내느니 일단 기다린다.”

서울 강남구에서 재건축 아파트 2채를 소유하고 있는 A(54·자영업) 씨는 2채 중 1채를 팔려다가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 2002년 6억 원에 산 역삼동 아파트(145m²·44평형)를 현재 팔면 12억 원가량의 양도차익이 생기지만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걸려 5억여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양도세 5억여 원을 정부에 선납하느니 1년에 1000만 원씩 50년간 종부세를 내기로 했다”며 “10년 정도 지나서도 정책변화가 없으면 아이들에게 증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의 등기원인별 소유권 이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권에서는 증여가 크게 늘었다. 강남구에서 증여된 부동산은 303건으로 11월(121건)보다 150%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처음 시행된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이 매물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상당수 다주택자가 정권이 바뀔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탓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이후에 세금폭탄 정책이 시행돼 세금 부담을 느낀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세금 중과 정책이 매물 증가를 막고 집값 하락을 방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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