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 ‘日의 역습’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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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 기업 간에 짙은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에 빼앗긴 자존심을 찾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일본의 도시바와 엘피다메모리는 각각 낸드플래시메모리와 D램 분야에서 1, 2년 안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밀려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분야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 1위 탈환”을 공언할 정도로 원기를 회복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새 성장엔진으로 주목하고 있는 시스템 고밀도집적회로(LSI) 부문에서는 일본 업체들의 공조(共助)가 본격화되고 있다.》

▽D램=일본의 최대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메모리는 대만의 파워칩세미컨덕터(PSC)와 함께 대만 중부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12일 개소식을 했다.

엘피다메모리와 PSC는 2011년까지 이 공장에 1조6000억 엔(12조8000억 원)을 쏟아 부어 세계 최대의 D램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7월부터 이미 회로선폭 7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첨단 제조기술을 도입해 월 3만 장(300mm 웨이퍼 환산)의 D램을 생산하고 있다. 2011년까지 공장 4개 동이 모두 완성되면 월 생산량은 24만 장으로 늘어난다.

엘피다메모리는 이를 통해 이르면 내년 중 D램 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히타치 NEC 미쓰비시전기의 D램 분야 통합으로 탄생한 엘피다메모리는 2003년까지 200억 엔대의 영업적자에 허덕였으나 2004년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684억 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엘피다메모리의 매출액은 2005년 2415억 엔에서 지난해 4900억 엔으로 무려 103%나 급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가 집계하는 세계 반도체업체 매출순위도 28위에서 19위로 9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낸드플래시메모리=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점유율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바는 지난달 미에(三重) 현 욧카이치(四日市) 시에 제4공장을 짓고 준공식을 열었다.

도시바는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해 내년 후반에는 300mm 웨이퍼 월 8만 장 제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시장 동향을 봐 가면서 추가 투자를 계속해 내년에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시바는 삼성전자 등에 밀려 2001년 D램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의 ‘수모’를 겪었으나 낸드플래시메모리에 대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도시바 간부들은 내년 세계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 1위 석권을 자신하고 있다.

▽시스템 LSI=일본 정부가 사실상 배후에 있던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 구상’은 무산됐다. 히노마루 반도체 구상이란 일본 업체들이 공동으로 차세대 시스템 LSI를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계획.

하지만 7월 차세대 시스템 LSI 공동개발을 위해 도시바-NEC일렉트로닉스-후지쓰 등 3사와 마쓰시타전기-르네사스테크놀로지 등 2사가 각각 손을 잡기로 합의하는 등 민간 차원의 연합전선 구축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대대적인 공세에 대응해 올해 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1조4000억 원 증액하는 등 ‘맞불’을 놓기로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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