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간에 대한 이해를 디자인 속에 함께 녹여라”

  • 입력 2007년 10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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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제품 디자인을 선보인 21세기 기업들의 특징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디자이너뿐 아니라 엔지니어 마케팅담당자 생산자 등이 모두 모여 디자인을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삼성디자인학교(SADI)에서 만난 미국 카네기멜런대 디자인스쿨 원장 댄 보야스키(사진) 교수는 최근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트렌드를 이같이 진단했다.

SADI 제품디자인(PD)과의 제1회 졸업전시회를 축하하려고 방한한 보야스키 교수는 삼성전자 애플 소니 등의 디자인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는 디지털미디어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거장(巨匠)이다.

그는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품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 등 분야별로 나뉘어 돌아가던 회사의 기존 조직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함께 디자인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하는 것은 많은 회사들에 큰 ‘도전’이 되겠지만 직원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원들이 늘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keep workers fresh)’은 기업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보야스키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디자인 인재 양성 과정에서부터 다른 학과와의 연계를 통한 수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카네기멜런대가 운영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다. ETC 졸업생의 상당수가 디즈니나 게임개발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등에 취업해 디자인과 기술을 결합한 세계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ETC의 운영은 디자인학과와 컴퓨터공학과, 경영학과, 드라마과(연극영화과) 등이 함께 맡는데, 학생들은 각 분야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디자인적인 감각, 엔지니어링 마인드,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게 된다는 것.

ETC의 학생들은 연관 분야 회사의 프로젝트를 맡거나 인턴십 경험을 쌓으며 ‘진짜 제품, 진짜 고객, 진짜 문제(real product, real customer, real problem)’에 대해 배운다고도 했다.

그는 “SADI는 대학이 아닌 삼성이라는 기업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ETC 같은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SADI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열린 SADI 제품디자인과의 졸업 작품전에서는 1회 졸업생 11명이 3년간 쌓은 디자인 실력을 발휘해 만든 제품 디자인 32점이 전시됐다.

졸업생들은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 컴퓨터 관련 기기,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부터 주방기기, 가구, 인테리어 소품, 장난감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속 여러 제품에 반짝이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녹여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영세 디자이너는 “학생들의 작품에서 디자인에 대한 용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댄 보야스키 교수는:

현재 미국 카네기멜런대 디자인스쿨 원장. 디지털미디어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거장으로 ‘인터랙션(Interaction·상호작용) 디자인의 개척자’로 불린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그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까지도 고려한 현대적 개념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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