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따라 바뀌는 ‘업종-상권’ 궁합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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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는 서울의 강북 핵심 상권인 종로와 명동, 1990년대는 강남, 2000년대는 이화여대·신촌·홍익대 등 부도심의 약진….’ 국내 주요 상권(商圈)의 부침(浮沈)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외 체인점 브랜드의 직영 1호점이 시대별로 이같이 진화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직영 1호점의 위치는 △화장품은 명동과 이대입구 △외식업은 강서구 △커피 전문점은 강남 상권 등 업종별 특성에 따라 선호하는 지역이 달랐다. 》

■ 본보-창업경영연구소 조사

본보 취재팀이 11일 창업경영연구소와 함께 국내외 체인점 브랜드 50곳(국내 33곳, 해외 17곳)의 직영 1호점 위치를 분석한 결과, 직영 1호점의 위치는 △서울의 종로·명동 상권 14곳 △강남 상권(강남, 서초, 송파구) 13곳 △이대·신촌·홍대 상권 9곳 등의 순서로 많았다. 서울을 제외한 인천 및 경기 지역에 1호점을 낸 체인점은 모두 4곳이었다.

○1호점 ‘종로·명동-강남-이대입구 등 부도심’으로 진화

체인점 1호점의 선호 상권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었다. 햄버거 체인 롯데리아는 1979년 10월 서울 중구 소공동에 1호점을 열었다. 이어 1984년 미국의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버거킹, KFC가 서울 종로에 1호점을 냈다.

이처럼 1970, 80년대의 1호점 ‘1번지’는 서울 종로·명동 상권으로 분석됐다. 이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조사 대상 브랜드 11곳 중 6곳이 종로·명동 상권에 집중됐다. 이어 신흥 상권으로 차츰 부각하기 시작한 서울 강남 상권에 2곳(맥도널드, 기소야), 용산 관악 마포구 등 부도심에 각각 1곳이 들어섰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서울 강남 상권이 급부상했다. 이 시기에 문을 연 18개 체인점 중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 등 6개가 강남에 1호점을 냈다. 종로 명동 상권은 4개로 밀렸다.

2000년대 이후에는 강남 상권의 강세 속에서 이대·신촌·홍대 상권의 약진, 그리고 서울 외곽의 ‘틈새시장’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대에 개점한 1호점 21곳 중 이대·신촌·홍대 상권이 5곳으로 강남 상권(5곳)과 같았다. 또 이 시기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원시 등과 인천 등으로 1호점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2000년대 들어 기업형 체인점 외에도 중소 체인점이 급증하면서 종로 강남 등의 주요 상권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중소 체인점이 값비싼 임차료로 ‘특급 상권’에 진출할 수 없던 것도 상권이 분산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 상권의 차별화

업종별 특성에 따라 선호하는 상권에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패밀리 레스토랑(시푸드 레스토랑 포함) 체인의 경우 3곳이 서울 강서구에 1호점을 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1호점을 낸 ‘빕스’ 측은 “패밀리 레스토랑 주요 고객층은 가족 단위여서 주변에 목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지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넓은 매장 공간이 필요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특성상 비싼 임차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주요 상권에 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화장품 판매업과 아이스크림 도너츠 등 젊은 여성이 주요 고객층인 체인점은 주로 이대입구와 명동에 1호점을 냈다.

미샤 측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뒤 20대 여성의 입소문에 힘입어 회사가 크게 성장했다”며 “이대입구가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어서 1호점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커피 체인점은 1999년 서울 중구 명동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강남에 1호점을 내는 곳이 많았다. 커피빈이 강남구 청담동에 1호점을 낸 것을 비롯해 할리스커피, 탐앤탐스가 모두 강남 지역에 1호점을 냈다.

롯데리아, 버거킹, KFC 등이 모두 종로에 1호점을 낸 것은 학원가가 밀집해 젊은 유동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1호점은 성공의 ‘안테나 숍’

체인점 브랜드는 1호점 개점에 심혈을 기울인다.

1호점의 성패가 브랜드 이미지와 사업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안테나 숍’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연 스무디킹 1호점은 2004년부터 전 세계 매장 중 연간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1호점 전략에 따라 입지가 달라진다”며 “고객 반응을 알기 위한 테스트 매장인 경우는 타깃 고객층이 많이 모이는 곳을 선택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게 주 목적일 때는 유동인구가 많은 ‘특급 상권’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1호점은 ‘365일, 24시간 광고판’ 구실을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역할을 다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맥도널드는 올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던 1호점을 닫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입맛이 서구화될 것으로 보고 신흥 부유층이 밀집한 압구정동에 문을 열었지만, 참살이(웰빙) 바람으로 햄버거의 인기가 식으면서 올해 폐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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