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용 임대주택 사업계획 뚜껑 열어 보니…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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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비축용 임대주택을 일정 기간 임대한 뒤 분양할 때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적으로 매입할 권리를 주기로 했다.

또 수도권 시범 사업지 4곳의 전세금(105m²·32평형 기준)은 시세의 90% 선인 1억2375만∼1억45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자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8일 그간 논란이 됐던 분양 전환 방식과 임대료 등을 이같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 목돈 없는 세입자 고려 30%는 월세로

본보가 이날 입수한 주공과 토공의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비축용 임대주택을 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주택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 세입자에게 집을 사들일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이는 현재 주공이 짓고 있는 ‘공공임대 아파트’와 같은 방식이다.

세입자 모집은 청약저축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며 2년간 일정액을 불입해야 1순위가 된다.

전세금은 시세의 90% 선에 맞췄다.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내 105m²형은 인근 교하지구 월드센트럴아파트(1억1000만 원)와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롯데아파트(1억6500만 원)의 전세금을 평균한 값(1억3750만 원)의 90%인 1억2375만 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방식으로 △수원시 호매실지구는 1억4400만 원(이하 105m²형 기준) △고양시 삼송지구 1억4500만 원 △남양주시 별내지구는 1억2900만 원으로 정했다.

주공과 토공은 2009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물가상승률이나 인근 시세 변동에 따라 전세금이 소폭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목돈이 없는 세입자를 고려해 전체 아파트 중 30%는 보증부 월세로 공급된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의 이자율은 10%로 정했다. 현재 일반 아파트의 평균 월세전환 이자율인 9.3%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호매실지구의 경우 보증금으로 7200만 원을 내면 월세는 매달 60만 원을 내면 된다.

○ 분양가도 시세보다 낮을 듯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주택으로 전환될 때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게 주공과 토공의 예측이다.

고양시 삼송지구 내 비축용 임대아파트의 건설원가는 2억6800만 원. 인근 아파트의 매매가가 4억 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다.

토공은 이 아파트가 완공되는 2010년 말부터 매년 3%씩 매매가가 뛸 것으로 보고 자금계획을 짰다. 물론 아파트가 입주하는 즉시 주변 시세로 값이 뛸 가능성이 높지만 보수적으로 가격 상승률을 전망한 만큼 분양가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주공과 토공은 이들 아파트의 공실률(빈집 비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해 임대수요가 부족한 수도권 이외 지역에 비축용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관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수도권에 시범사업으로 들어서는 비축용 임대아파트의 공실률은 8.94%로 인근 지역의 일반 주택 공실률(4% 안팎)의 2배가 넘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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