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리섞인 폐수도 기준 지키면 상수원 배출 가능

  • 입력 2007년 9월 28일 20시 25분


코멘트
"공장 설립 규제가 풀렸고, 폐수에 따른 환경 문제는 기술력으로 해결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은 경제적 효과만 생각하며 어디에 공장을 지을지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11일 일본 2대 도시인 오사카(大阪)부 사카이(堺)시에서 만난 일본 샤프전자의 시부야 아키노리(澁谷明典) 홍보부장은 이 시의 사카이하마(堺浜)지구에 샤프전자가 127만㎡ 규모의 공장을 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샤프의 신설공장 부지는 대도시 주변이고 공항과 가까운 해안지대로 공장이 들어설 최적지. 하지만 과거에는 대도시권의 공장설립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때문에 빈 땅으로 방치됐던 곳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에 들어 환경 및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규제 완화는 경기회복과 함께 공장 설립을 촉진시켰다.

지난해 일본 전국에서 건립된 부지 면적 1000㎡ 이상의 공장 1782개가 설립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844개의 공장이 새로 지어졌던 2002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갑절 이상으로 증가했다.

●기준만 맞추면 폐수처리 자유로워

도쿄(東京) 인근인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히라스카(平塚)시의 사무카와(寒川) 하천.

하천 하류의 정수장 바로 맞은편에는 캐논의 반도체 기판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캐논의 공장 외에도 이 지역에는 화학물질과 금속재료를 생산하는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지역 쓰레기 소각장도 하천 주변에 서 있다.

이 지역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는 지하에 매설된 하수관로를 따라 정수장에서 하류 쪽 3㎞ 떨어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 처리된다.

하수처리장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서 구리가 포함된 폐수가 나오지만 기준치(1mg/L이하)를 잘 지키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폐수의 구리수치만 보면 상수원인 사무카와 하천으로 직접 배출해도 환경기준에 맞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질환경 보전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수질오탁 방지법'은 기업이 폐수를 자체 정화해 하천에 배출하든,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든 구리의 경우 리터당 1mg이하의 기준만 지키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리는 아예 검출되면 안 되도록 규정한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하수처리장을 이용하는 공장이나, 자체 폐수처리 시설을 갖춘 공장 모두가 법이 정한 기준만 지키면 공장 설립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이다.

●엄격하지만 탄력적인 환경규제

1973년 제정된 '공장 입지법'도 일본의 대표적인 수도권, 환경 규제였다. 이 법은 공장을 세울 때 환경보호를 위해 부지 면적의 20%를 반드시 녹지로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해 '기업입지 촉진법'을 제정해 지방 정부가 공장의 녹지비율을 지역 사정에 따라 1~25% 범위 안에서 정하도록 했다.

공장입지를 제한하던 가장 핵심적인 규제가 풀리자 수도권의 공장 설립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일본 환경성의 하야미즈 데루요시(早水輝好) 환경협력실장은 "일본 정부는 엄격한 배출기준을 정해 환경오염을 방지할 뿐 특정물질 등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공장 설립을 규제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환경기준은 계속 강화됐지만 기업은 친환경 공정을 개발해 소비자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자체적으로 폐수처리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폐수처리 시설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것을 비롯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하야미즈 실장은 "정부의 환경정책이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줄인 것은 아니다.

기업 활동에 쓸데없이 지장이 되는 환경규제는 과감하게 풀지만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환경문제는 더욱 엄격히 감시하고 있다.

일본 환경정책 전문가인 가나가와 대학 사루타 카쓰미(猿田勝美) 교수는 "환경도 지키고, 공장도 멈출 수 없으니 발전하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게 바로 국가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환경, 수도권 규제 완화로 경제 활력 되찾아

일본 경제산업성 입지환경정비과 우사미 노리야(宇佐美典也) 총괄계장은 "1970년대에는 전국에 연간 6000여 개 공장이 생겼지만 1990년대 들어 연간 신설 공장 수가 1000여 개를 밑돈 것이 각종 규제를 완화하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수도권 과밀화와 오염을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도시권역에 공장 설립을 억제하는 법안을 1950년대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수도권과 대도시권역에 공장 건설을 억제하는 공장 등 제한법(1953년 제정), 신산업도시건설촉진법(1962년 제정) 등이 지방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각각 2002년과 2001년에 이 법들을 폐지했다.

한국의 '수도권 정비 계획법'이 공장총량제를 유지하면서 지금도 수도권 지역에 200㎡이상의 공장 신설, 증설을 규제하는 것과는 대비가 되는 대목이다.

●규제 완화로 공장건설 탄력

수도권 지역을 묶고 있던 각종 규제들이 풀리면서 그 동안 정체돼 있던 공장 건설은 활기를 찾고 있다.

1000㎡ 이상 규모의 공장 신설은 규제 완화가 본격화된 2002년 최저점을 기록한 뒤 급속히 늘고 있다. 공장 건설 면적도 2002년 872㏊에서 지난해 3배 가까운 2365㏊로 크게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도쿄 주변인 사이타마(埼玉), 가나가와 현이 포함된 관동임해 지역에 지난해 166개 공장이 세워졌다. 또 대도시권인 이바라키(茨城), 군마(群馬) 현 등이 포함된 관동내륙 지역이 298개로 가장 많았다.

특히 인구 880만의 대도시 오사카(大阪) 부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별도로 이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대해 부동산 소득세를 절반으로 낮춰주고 있다. 또 산업분야에 따라 투자금액별로 최고 150억 엔 한도에서 투자금의 5%를 기업에 지원한다.

이런 지원에 힘입은 샤프는 11월 사카이시에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10년 완공할 예정이다. 2010년부터 액정화면(LCD) TV의 핵심인 액정 패널과 태양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2005년 설립된 오사카(大阪)부 기업유치센터의 마사노 요시유끼(麻野佳之) 씨는 "먼저 대도시권의 공장 설립을 규제하는 법이 사라졌고, 여기에 지방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각종 환경, 수도권 규제에 묶여 침체됐던 지역에 대규모 공장이 건설되는 '기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카이=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