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카트마다 情 듬뿍… 손님이 반해요”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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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대목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보세요, 할인점으로 떠났던 젊은 손님들도 돌아왔어요.”

추석을 앞둔 18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제일시장에서 9년째 수산물을 파는 상인 김효선(44) 씨는 연방 싱글벙글거린다. 김 씨의 노점 매출은 3년 전에 비해 30%나 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국에 대형 할인점이 생겨나면서 전국의 재래시장 (2006년 현재 1610개, 상인 수 35만 명)은 매년 매출이 줄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재래시장이 혁신을 통해 부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비결은 할인점의 쾌적함과 재래시장의 ‘정(情)’의 결합이다. 》

○쾌적한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

제일시장 정문에는 옥상 주차장으로 오르는 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274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시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십자 모양으로 폭 3m의 통로가 두 줄씩 나 있다. 노점들이 얽히고설켜 걸어가기도 힘든 다른 재래시장과 달리 정돈된 모습이다. 할인점처럼 쇼핑카트를 밀며 장을 보는 손님들도 보인다.

비가 내렸지만 천장이 아케이드로 덮여 있어 문제가 없다. 생선, 야채, 과일 등으로 나뉜 특화 구역에는 같은 디자인의 간판이 가지런히 달려 있어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제일시장은 2000년경부터 인근에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파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빈 점포도 늘어 갔다. 거대한 흉가(凶家) 같은 분위기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상인들이 모여 ‘뭔가 크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머리를 맞댔다. 상인들은 2005년부터 전국 곳곳의 할인점과 시장을 견학하며 개선 아이디어를 짜냈다. 초빙교수들에게 컨설팅을 받고 시장 안에 교육장을 만들어 수시로 상인들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상인들이 낸 회비와 정부의 지원금을 더해 시장개선사업을 벌였다. “허황된 생각”이라느니 “공사 기간에 손님이 줄어든다”며 변화를 반대하던 상인도 많았다. 시장의 모습이 하나 둘씩 바뀌고 손님도 늘자 인식이 달라졌다.

2005년 38개에 이르던 빈 점포는 이제 모두 채워졌다. 노점까지 포함해 650여 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30년간 남성 의류를 팔아 온 김진권(54) 제일시장 번영회장은 “시장의 지난해 총매출이 2005년 대비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싸고 좋은 물건에 ‘정’까지

19일 충북 청주시 석교동 ‘청주 육거리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주부 유승자(51·충북 청원군) 씨는 “이곳 야채는 농민이 직접 길러다 팔기 때문에 싱싱하고 값이 싸 대형 마트 대신 꼭 육거리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최경호 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장은 “9개의 상인 단체가 연합해 전국 최초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하고 쿠폰제, 경품 이벤트를 벌이며 변신에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시장은 마트보다 불친절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상인 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상인 대표 10명이 일본의 선진 재래시장을 방문한 것도 벤치마킹에 도움이 됐다. 그 결과 육거리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2500억 원으로 전년대비 20% 정도 늘었다.

20년째 이곳에서 생닭을 파는 상인 김인숙(47) 씨는 시장 내 ‘상인대학’에서 친절 서비스, 상품 진열 방법, 판매 노하우 등을 익혔다고 했다. 그는 “상품의 품질이 좋고 끈끈한 정까지 남아 있으니 마트에 맞설 자신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의정부·청주=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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