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하루 외국인 1조 - 개미들 7000억원 순매도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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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바꿔야 하는데…16일 신한은행 인천국제공항지점에서 한 여행객이 환율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14일)보다 13.8원 급등한 달러당 946.3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3월 14일(946.3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천=전영한 기자
달러 바꿔야 하는데…
16일 신한은행 인천국제공항지점에서 한 여행객이 환율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14일)보다 13.8원 급등한 달러당 946.3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3월 14일(946.3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천=전영한 기자
■ 한국증시 ‘미국發 신용경색’ 직격탄

《“9·11테러 이후 이런 패닉(공황) 상태는 처음 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시화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증시는 16일 증권사마다 손실을 입은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는 등 일대 혼란에 빠졌다.》

▶본보 11일자 1·3면, 15일자 1·17면 참조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날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것)한 데다 원화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반 폭등(원화가치는 폭락)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신용경색 우려가 당분간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에서는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일부 개인 투자자가 투매(마구 내다 파는 것)로 돌아설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 ‘검은 목요일’ 증시 망연자실

이날 증시가 사상 최대 규모로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이재욱 차장은 “오전에만 100통 넘게 문의전화를 받았다”며 “폭락장세에 겁을 잔뜩 먹은 투자자들이 ‘언제 팔아야 되느냐’며 매도 시점을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명동지점 구윤회 대리는 “자포자기 심정이라며 허탈해하는 투자자가 많았다”며 ‘검은 목요일’의 객장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코스피지수 1,800 선을 심리적인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개인 투자자들은 1,700 선마저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일부는 “하락폭이 너무 커서 이제는 억울해서도 못 판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진 일부 투자자가 ‘관망’에서 ‘매도’로 태도를 바꾸는 기류도 감지됐다.

3거래일째 ‘팔자’에 나선 개인들은 이날도 7000억 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도했다.

대우증권 이경수 선임연구원은 “현재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 1,600 선도 위태로워 보인다”며 “그동안 증시 상승을 부추긴 유동성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나면 하반기(7∼12월) 경기 추이가 주가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환시장도 출렁, 동반 급등

미국발(發) 신용경색 충격은 서울 외환시장도 뒤흔들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9일 북한 핵실험 파장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올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원-엔 환율도 급등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810원대로 진입했다.

신한은행 김장욱 과장은 “세계적인 신용경색 우려로 해외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속속 일본으로 환류하고 있어 달러화와 엔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깊어짐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가치의 동반상승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계속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50원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30원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삼성투신운용 박성진 채권팀장은 “9·11테러 때도 채권금리가 요동을 쳤지만 1주일 만에 회복됐다”며 조만간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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