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시대 한국기업은 ‘우물안 경영’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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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M&A 규모, 日의 6% - 中의 9%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해외 진출과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성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 TLC사(社)는 2003년 프랑스의 가전업체인 톰슨사와 합작사를 설립해 TV를 생산하고 있다. TLC의 지분은 67%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중국해양석유공사는 2004년 인도네시아의 렙솔사를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세계 순위 50위권이었던 인도의 철강업체 타타스틸은 올해 영국의 코러스그룹을 인수해 단번에 세계 5위의 철강업체로 도약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 M&A 전략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일본마저 바뀌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일본의 M&A형 투자 비중은 전체 해외직접투자에서 64.1%로 높아진 반면 해외에 생산 기지를 짓는 등의 그린필드(Green Field)형 투자는 8.5%로 줄었다.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은 26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대학’ 강연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일본의 5.5%, 중국의 8.5%에 그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 M&A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해외 M&A 낙제생, 한국

전 세계의 해외 M&A 금액은 2003년 이후 급증해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1조6650억 달러에 이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액에서 차지하는 한국 기업의 해외 M&A 비율은 2001∼2005년 평균이 9.9%로 2004년 세계 평균인 27.0%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기간 한국 기업의 연평균 해외 M&A 투자 금액은 3억5900만 달러에 그쳤다.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중국. 해외 M&A는 선진국이나 쓰는 전략이라는 발상을 과감하게 깬 중국의 2005년 해외 M&A 투자 금액은 65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1조3000억 달러)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부터 공식적으로 ‘쩌우추취(走出去·외국기업 M&A)’ 정책을 천명하며 자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를 장려하고 있다. ○ 한번 실패 후 움츠러든 한국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인수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1등이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약점을 진작 M&A를 통해서 보완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도 외환위기 이전에 해외 M&A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1994년 미국 PC 제조업체인 AST리서치를, LG전자는 1995년 미국의 TV 제조업체 제니스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1994년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업체 맥스터를 각각 인수했다.

그러나 이 M&A들은 모두 실패한 M&A로 평가받는다.

제니스는 미국 디지털방송 표준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지만 LG전자는 1999년 제니스의 파산신청이나 다름없는 회생 계획을 미국 법원에 내야 했다.

그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해왔으며 해외 M&A를 통한 성장을 꺼려 왔다. 해외 경영활동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해 자신감이 없고 법무법인, 회계법인,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 등과의 협업(協業)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우량기업이 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장기 비전 및 전략이 없다”며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해외법인 대표는 현지인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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