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성장률’ 2%… 전문가들 “최소 6%대 잠재력 있는데…”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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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아시아에서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평균 4%대 초반으로 떨어진 성장률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진 만큼 4%대 성장을 저(低)성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와 학계는 정부가 시장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연평균 6% 이상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이른바 ‘잃어버린 2%’ 논란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높여 잡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평균 성장률은 4.3%에 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현 경제 구조로 저출산·고령화사회를 맞으면 2030년대에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재계는 성장률 하락 추세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24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2007 제주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고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꼴찌에 가깝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전 평균 7%대의 성장률이 현 정부 들어 4%대로 급락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정부에서 말하는 잠재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의 성장률 평균치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최소한 연 6%는 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도 23일 기자간담회에서 “5% 미만의 성장은 좀 아쉽다”며 “7%에 가까운 성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서울대 이창용(경제학) 교수는 “각종 규제나 교육 문제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가 최소한 연 5.0∼5.5% 성장은 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을 떠나게 만드는 반시장적인 경제 환경을 고친다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1960년 ‘정치의 계절에서 경제의 계절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내각 출범 이후 10년간 연평균 10.6%의 성장을 이어가 1968년 독일을 따돌리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국내 경영환경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사업장이 있는 491개 기업 가운데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임금, 물류비, 땅값이 비싼 데다 토지 이용, 노동, 환경 등과 관련된 지나친 정부 규제 때문이었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수도권 규제로 경기도에서만 53개 기업에서 총 51조3436억 원의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데 이런 투자가 이뤄지면 7% 가까운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정부는 일류 기업, 일류 학교를 몰아내면서 일류가 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낮은 성장률이 고착화하면 머지않아 중국 등 경쟁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잃어버린 2%’를 되찾는 데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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