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새 주인 찾기 ‘미로게임’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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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인수되면 정부의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우리금융 인수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입김 아래에 있는 공단이 우리금융을 경영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 시한이 내년 3월 말로 다가오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들이 다른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금산분리) 원칙과 토종자본 육성론이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 국민연금, 우리금융 인수할 수 있나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밝히면서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나 경영권까지 행사하는 ‘전략적 투자’ 양쪽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예보가 금융지주회사법상 내년 3월 말까지 지배주주의 지위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73%에 이르는 지분을 서둘러 처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른 정부 부처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방안에 반대하는 뉘앙스의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4일 “국민연금이 금융회사를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인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5일 “국민연금이 특정 은행을 소유하면 누가 경영을 하고 책임질 것이냐”고 했다.

○ 금융-산업 분리가 낳은 딜레마

2001년 3월 예보가 공적자금을 출자해 우리금융 지분 100%를 인수한 뒤 6년여 동안 민영화한 지분은 27%에 그치고 있다.

민영화 속도가 느린 것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국내 산업자본에 우리금융을 넘기는 게 원천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지분 매각금액이 9조 원이 넘다 보니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토종 금융자본이 없는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각 입찰을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는 시중은행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토종 금융자본을 외국인에게 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다른 시중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 위원장이 “금융자본은 하루아침에 육성되지 않는데 산업자본이라고 ‘대못질’을 해 못 쓰게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일단 매각 시한을 연장한 뒤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시키거나, 국민연금 및 다른 연기금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20∼30% 지분을 매입하도록 한 뒤 나머지를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민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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