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파업’ 쌍용차 ‘화합’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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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올해 임금협상을 무파업으로 타결했다. 같은 달 28,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금속노조 정치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기아자동차 노조는 FTA 정치파업에 참여한 뒤 3일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부분파업을 벌였다. 두 회사 노조는 지난해 똑같이 장기간 파업을 벌였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고용불안에 대한 인식 차이가 두 회사 노조의 ‘길’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 고용불안 앞에 ‘장사(壯士)’ 없다.

쌍용차는 2004년 9만7851대를 판매해 국내시장에서 8.9%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고(高)유가 등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는 등 부침을 겪으며 판매량이 급속히 줄었다.

2006년에 5만6068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이 2년 전의 절반 수준인 4.8%까지 떨어졌다.

회사 측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544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하자 고용불안을 느낀 노조는 7월 14일부터 파업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나서 한 달 보름간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와 고용안정을 위해 2009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약속을 회사 측에서 얻어내고 파업을 풀었다.

강성이었던 쌍용차 노조는 올해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잦은 파업은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져 정리해고는 물론 회사 존립마저 위협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컸다.

임금은 기본급 5만 원 인상과 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 원 지급이 거의 전부로 현대·기아자동차와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 대신 고용보장과 투자집행, 투명경영 등 3가지 사항이 협상안에 포함됐다. 그만큼 고용보장과 회사의 발전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쌍용차의 올해 상반기(1∼6월)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었다.

○ 거꾸로 가는 기아차 노조

기아차는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4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누적적자 규모는 1575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최악의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정치파업에 이어 3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4618대, 676억 원의 생산 손실을 빚었다.

적자 누적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는 임금 12만8805원(기본급 대비 8.9%) 인상과 생계비 부족분으로 통상급의 200% 지급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기아차의 한 임원은 “회사가 힘들어지면 고용불안이 발생하는데 근로자들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된 1999년 이후 구조조정이 단 한 차례도 없어 근로자들이 회사 사정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1∼6월) 판매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2.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국내 자동차회사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4분기 연속 적자로 회사의 생존과 임직원들의 고용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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