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7]황금의 손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

  • 입력 2007년 7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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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를 배출하기 위한 기업 혁신과 정부 지원이 없다. 그래서 한국 금융의 현실이 암울한 것이다."(A보험사 대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원칙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금융 빅뱅'이 이뤄지면 한국 금융의 미래도 밝다."(B카드사 대표)

금융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 금융업의 현 수준을 낙제점을 간신히 면할 정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규모를 대형화하고, 인재를 키우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면 10년 후 한국 금융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본보가 은행, 증권, 보험, 비(非)은행 등 금융 분야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 현 금융 수준 10점 만점에 5.5점

금융 전문가들은 영국 미국 호주 홍콩 등 이른바 금융 선진국과 비교한 한국 금융의 수준을 10점 만점에 5.5점으로 평가했다.

카드 및 상호저축은행으로 구성된 비은행 분야가 6.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은행(5.9점) 보험(5.1점) 증권(5.0점)의 순이었다.

설문에선 금융 선진국에 비해 한국 금융회사의 규모가 작고, 수익구조가 단순한 편이라는 게 큰 약점으로 지목됐다.

특히 은행이 예대마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증권이 수수료 수입만 늘리려 하는 등 특정 수익원에 치중된 사업 구조가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해외 영업망이 취약하고 위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가 과도해 시장원리에 따른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 10년 후 성장 가능성

‘KOREA vision 2017’ 특집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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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제품 고급화 “우린 글로벌 빅3”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4개 금융업종 가운데 10년 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은 은행업으로 10점 만점에 7.2점을 받았다.

10년 후 성장 가능성과 관련한 평가점수는 은행에 이어 증권업(7.0점) 카드업(6.9점) 보험업(6.2점) 등의 차례였다.

이번 설문에서 나타난 특징은 전문가 본인이 속하지 않은 다른 금융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반면 자기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한국 금융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긴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높일 복안이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풀이된다.

은행 분야 전문가 12명은 은행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10점 만점에 8.0점가량 된다고 평가한 반면 보험업이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선 6.9점을 주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뒤 투자은행(IB)으로서 본격적인 영업을 하게 되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반면 보험사는 보험설계사 위주의 마케팅을 하고 있어 인건비가 많이 드는 데다 위험 관리 능력이 세계적 수준의 보험사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금융업, 미래 성장 동력될까

과거 상당 기간 한국 금융업의 존재 이유는 제조업에 자금을 조달해 제조업체가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었다.

1970, 8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에 대한 정책적 대출이 많았고, 1990년대에는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민간 차원의 자율적 대출이 금융업의 주된 업무였다.

지금은 금융업 자체가 경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IT산업과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금융업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꼽고 사업 계획을 밝히거나, 기존 금융회사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것도 이런 상황 변화를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업 발전을 위해 △인적 자원 육성과 해외 진출 △리스크 관리체제 등 금융시스템 정비 △각종 규제 철폐 및 법 체제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증권사 임원은 “보험 자산운용회사 등 2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줄이고, 경영에 무리가 갈 정도로 구두 간섭하는 관행을 바꾸는 등 정부 정책 마인드에도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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