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증시에 ‘냄비 처방’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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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우증권 키움증권 한화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각 증권사가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신용융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이는 증시 과열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각 증권사에 다음 달 13일까지 신용융자 잔액을 5000억 원 이하 또는 자기자본의 40% 이하로 줄이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은 올 1월 말 4776억 원에서 이달 26일 7조105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정부 규제로 개인투자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증권사와 투자자, 발등에 불

신용융자제도는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증권사가 정한 보증금 비율만큼을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주식매입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5일 현재 신용융자 잔액이 5000억 원을 넘는 증권사는 △대우증권 (1조1291억 원) △키움증권(7885억 원) △현대증권(6815억 원) △한국증권(6468억 원) △대신증권(6364억 원) △삼성증권(5528억 원) 등 6개사다.

또 신용융자 잔액이 자기자본의 40%를 넘는 곳은 한화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동부증권, CJ투자증권 등 4곳이다.

대우증권과 키움증권은 보름여 동안 각각 6200억 원가량의 신용융자 잔액을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는 △신규 신용융자 중단 △만기 때 연장 금지 △신규 및 기존 계좌에 대한 담보유지비율(현금 주식 등을 합친 계좌의 평가금액을 신용융자금액으로 나눈 것)의 상향 조정 등 강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의 대책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A증권 측은 “기존 계좌의 담보유지비율을 높이면 투자자는 대출금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B증권 영업 담당직원은 “대부분 증권사는 신용융자 약정을 맺을 때 만기(60∼90일)가 되면 연장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며 “갑자기 연장을 금지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거나 다른 대출로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 “주식시장 충격 불가피”

신용융자가 급증한 데는 증권사의 탓이 크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융자 대출 총량제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위험관리에 나섰지만 많은 증권사는 무분별하게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신용융자 규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용융자의 급증은 올해 5월 증권사 미수금을 줄이고 신용융자를 활성화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과거 미수계좌 제도는 투자자에게 외상으로 주식을 사도록 한 뒤 3거래일 이내에 갚지 않으면 반대 매매에 들어가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올해 2월 만기가 60∼180일에 이르는 신용융자 계좌에 대해 당일 주식을 샀다가 팔 수 있도록 하고 보증금, 담보유지비율 등도 자율화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히 대출기간을 60∼90일로 정해 5월 초 신용융자를 받은 투자자의 만기가 다음 달부터 본격 돌아오는 것이 증시에 큰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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