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는 실적이 우선 나쁘면 잘리는 게 당연하죠”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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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실적 좋으면 연임하는 거고, 아니면 잘리는 게 당연하죠.”

재보험회사인 코리안리 박종원(63·사진) 사장은 이달 14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해 1998년 취임 이후 4번 연속 CEO 자리를 맡게 됐다. 국내 금융회사 CEO가 4번 연임하는 것은 박 사장이 처음이다.

“운 좋으면 실적이 몇 번 좋게 나올 수 있지만 매년 꾸준한 성과를 내는 건 중장기 비전이 없이는 힘듭니다. 이런 지속성이 연임의 배경이 됐다고 봅니다.”

실적 얘기만 나오면 박 사장의 목소리는 커진다. 실적을 칭찬하면 많은 CEO가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이라든지 “시장상황이 좋았다”며 겸손해하는데 박 사장은 “우수한 실적은 임직원과 나의 공”이라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코리안리는 최근 9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매출액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보험업계 평균 성장률(5% 안팎)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리안리의 주가도 취임 초기 700원 선에서 최근 1만4700원(19일 종가 기준) 선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코리안리의 주가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며 “회사의 미래수익 가치를 감안할 때 2만 원 선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취임 초기 회사채 보증보험 부문에서 수천억 원의 부실이 생기면서 회사가 파경 위기에 처했을 때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했다.

‘공적자금을 받을 것인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인가.’

결국 직원 3분의 1을 퇴직시키는 인원 감축과 수익성 위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공적자금 없이 회사를 살렸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당시 직원을 자른 고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박 사장 앞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급변할 금융시장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전통적인 사업 분야 외의 신상품을 적극 개발할 겁니다. 세계 유수 재보험사와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지금에 머물 수 없지요.”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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