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한미FTA는 나중에”…연내 비준 먹구름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코멘트
■ 민주 지도부 “민감 사안 많다” 후순위 처리키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워낙 면밀히 검토해야 할 대목이 많으니 일단 뒤로 돌립시다.” 미국 의회 지도부가 지난달 회동을 하고 한미 FTA를 우선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추가 보완협상(재협상)을 환경·노동 조항 등 선언적 항목에 국한하지 말고 자동차 관세 등 핵심 내용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 의회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미 FTA의 연내 처리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거센 도전들’이 계속 닥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는 충분한 시간 두고 논의”=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등 민주당 고위 간부들은 지난달 미국이 당면한 4개 FTA의 처리 방안을 협의했다고 미 의회 관계자가 13일 전했다.

이들은 일단 상대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적으며 진도가 빠른 페루, 파나마와의 FTA 처리에 집중하고 한국, 콜롬비아와의 FTA는 그 후 다시 논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한미 FTA는 그 내용의 방대함과 민감한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콜롬비아와의 FTA는 열악한 노동 인권 상황 때문에 현재로선 기본 방침을 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슬금슬금 고개 드는 재협상 주장=하원의 FTA 주무 소위원회를 맡고 있는 샌더 레빈 무역소위 위원장을 비롯한 미시간 주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핵심 합의 내용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의회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이 문제를 삼는 조항은 △미국 시장의 2.5% 수입관세 즉각 철폐 △한국 시장의 하이브리드 차량 수입관세 10년 단계적 철폐 △경(輕)트럭의 ‘스냅백’(협정 위반 때 관세 혜택을 없앰) 조항 제외 △비관세 장벽 조항 등이다.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 및 전미자동차노조(UAW)와 관련이 깊은 일부 의원은 “미국이 2.5% 수입관세를 즉각 철폐하는 대신 한국 측의 비관세 장벽 철폐 진전 상황에 연계해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쪽으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관세 8%를 철폐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선 10년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한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한 소식통은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은 여전히 한미 FTA의 명운을 좌우할 기본 전제조건이며 이에 더해 계속 난제들이 밀려오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 색채가 강한 민주당이 다수당이고 하필 한미가 FTA에 합의한 직후 신통상정책이 나오는 바람에 행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손이 묶인 상태’라는 것.

▽미국 정치 일정의 영향=한미 FTA가 내년 2월 민주당 대선 경선(프라이머리) 이전에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내년은 아예 건너뛰게 될 공산이 크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난주 한미 FTA 반대를 천명한 데 이어 다른 민주당 대권 경선주자들도 당의 지지기반인 자동차 노조를 의식해 부정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수당 대선후보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안건을 밀어붙인다는 건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FTA 처리 규정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는 10월인데 청문회와 11월 휴회 등을 감안하면 연내에 이를 처리하기는 물리적으로 빡빡한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