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파이넥스 공법, 포스코의 30년 공든 탑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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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쏴아∼’차세대 제철 기술로 일컬어지는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장이 지난달 30일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을 뿜었습니다.

파이넥스 공장에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며 환호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본보 5월 31일자 A2면 참조
▶용광로 없는 꿈의 제철소

당시 기자는 포항제철소 현지에 급조된 임시 기사송고실에서 기사 작성을 하느라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모니터를 통해 중계되는 화입식(火入式)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가슴속에서 뭉클한 감동이 밀려 올라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파이넥스 공장은 기존 용광로 제철설비보다 작업공정을 2단계 줄여 경제성을 35% 높인 반면 환경오염 물질은 획기적으로 줄인 ‘꿈의 제철소’입니다.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그동안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을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2003년부터 연산 60만 t 규모의 시범 공장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규모가 작아 상업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또 100년이 넘는 제철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과 유럽 철강업체조차 실패한 ‘용광로 대체공법’을 40년 된 ‘젊은 포스코’가 해냈다는 시샘도 약간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날 힘차게 돌아가는 150만 t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바라보며 이들의 평가는 부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준공식에 참여한 한 일본 기자는 “정말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찌감치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산학협동의 필요성에 눈을 떠 꾸준한 투자를 해 온 결실입니다.

포스코는 1970년대 후반 세계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선진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자 독자 기술 개발로 눈을 돌렸습니다. 1977년 설립된 포스코 기술연구소, 1986년과 87년에 설립된 포스텍(포항공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은 이 같은 필요성을 절감해 세워진 연구개발센터들입니다. 파이넥스의 산실인 셈이지요.

산업과 기술의 만남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포스코는 올해 말 세계를 놀라게 할 ‘또 다른 제철 공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드시 성공해 다시 한 번 ‘새로운 감동’을 선물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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