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하는 ‘디지털 LG’, 휴대전화-LCD 생산현장 르포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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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의 LG전자 휴대전화 공장은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도요타 자동차의 ‘낭비 줄이기 작업방식’을 도입해 최근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휴대전화 제조 라인 모습. 평택=부형권 기자
경기 평택시의 LG전자 휴대전화 공장은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도요타 자동차의 ‘낭비 줄이기 작업방식’을 도입해 최근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휴대전화 제조 라인 모습. 평택=부형권 기자
좀처럼 실적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던 LG필립스LCD(LPL)가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경기 파주시의 LPL 7세대 라인 모습. 사진 제공 LG필립스LCD
좀처럼 실적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던 LG필립스LCD(LPL)가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경기 파주시의 LPL 7세대 라인 모습. 사진 제공 LG필립스LCD
《지난해는 ‘디지털 LG’에는 다소 가혹한 해였다.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434억 원의 치욕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는 LG필립스LCD도 깊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판매 약진과 LCD 가격의 반등은 이들에게 재도약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생산 현장을 찾아 ‘디지털 LG’의 꿈틀대는 몸짓을 살펴봤다.》

■ LG전자 평택공장

LG전자 휴대전화는 요즘 신이 났다.

1분기(1∼3월) 국내 시장 매출액은 3452억 원으로 창사 후 최고치. 1분기 휴대전화 부문 영업이익도 141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827억 원 많아졌다. 이는 LG전자 전체 실적이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올해 들어 흑자로 돌아서게 하는 데 한몫을 했다.

이렇게 신바람 난 경기 평택시의 LG전자 휴대전화 생산 라인을 찾았다.

잠깐 들른 화장실에서 ‘8대 낭비 제로’ 표어를 먼저 만났다. △과잉생산 △운반 △재고 △가공 △대기 △동작 △불량의 7대 낭비는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여기에 ‘인적 자원의 낭비’를 추가했다고 한다. 이 공장의 반장급 이상 간부 220여 명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원 도요타로 연수를 다녀왔다.

공장장인 이웅범 부사장은 “생산성 향상의 핵심은 노는 기계는 있어도 노는 인력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4층에 있는 휴대전화 제조 라인을 돌아보다가 ‘Bottle Neck(병목) 공정’이라고 쓰인 노란색 푯말이 눈길을 끌었다. 공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곳을 발견하면 이 같은 ‘옐로 카드’를 붙여 놓고 그 개선책을 끊임없이 찾는다는 설명이었다.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종이에 생산성 제고 방안을 자유롭게 적어 내는 ‘백지(白紙) 개선’ 제도도 시행 중이다.

40여 종의 휴대전화를 월 400만 대 이상 생산하는 이 공장에 활기를 더해 준 것은 ‘초콜릿폰’ ‘샤인폰’ 같은 대박 제품이다. 두 제품이 별도의 고정 라인을 통해 월 수십만 대씩 생산되다 보니 그만큼 직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생산성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 대비 생산성 30% 향상’이란 결실로 나타났다. 이 부사장은 “‘최고의 라인으로 개선한 직후부터 곧바로 최악의 라인이 된다’는 도요타 정신을 LG전자 생산 라인에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LG필립스 파주공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 트윈타워에서 차를 달려 40분이면 경기 파주시의 ‘LG로(路)’에 도착한다. LG필립스LCD(LPL) 공장은 이 길 끝에 자리하고 있다. LPL 7세대 라인 공장은 높이가 아파트 20층에 맞먹고, 층당 면적은 축구장 6개를 합친 것과 같다.

지난 1년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해 왔던 LPL은 지금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최근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

기자가 방문한 LPL 7세대 라인 공장은 활기찬 분위기였다. 한때 라인을 세워 둬야 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이제는 가동률이 100%에 가깝다. 7세대 라인은 LPL의 최신 공장으로 40인치대의 LCD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LPL은 3분기(7∼9월)부터 7세대 라인의 생산량을 월 7만8000장에서 11만 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 이방수 상무는 “올해 하반기(7∼12월)에 40인치대 TV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LCD 업계에서는 최근 32인치에서 시작된 가격 반등 현상이 40인치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총 5조 원이 투자된 7세대 라인 공장의 작업은 대부분 로봇이 맡는다. 0.7mm 두께의 유리판을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자르고 운반한다.

직원들은 주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 검사 업무 등을 하고 있다. 공장 규모(약 51만 평)가 엄청나게 커서 그런지 사람들은 듬성듬성 눈에 띄었지만 파주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4000여 명이나 된다.

권영수 LPL 사장을 비롯한 경영층도 재도약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권 사장은 지난달 11일 열린 임직원 대상 분기모임에서 “극한 정신으로 조기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맥스 캐퍼(Max Capa)’라는 상무급 조직을 신설해 기존의 공장 설비만으로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파주=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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