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증시 바통 내게 넘겨”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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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종이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은행주와 증권주가 올 1분기(1∼3월)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생명보험사들의 상장안이 확정돼 앞으로 우량 생보사들까지 가세하면 금융업종의 기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종의 주도주 부상은 국내 증시가 정보기술(IT)업종 등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업 등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체질 변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주도주 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증권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금융주 약진 앞으로!’

올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투자가들이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2조8955억 원어치를 순매입(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하면서 2004년 이후 3년 만에 ‘바이 코리아(한국물 사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주식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로 모두 2조8433억 원어치를 순매입했다.

이에 반해 IT주는 5732억 원을 순매도해 대조를 이뤘다.

외국인들은 금융업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아 투자 매력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은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입법이 다가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생보사 상장안이 확정되면서 보험주들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경우 주당 70만 원 선에서 공모가가 결정된다면 시가총액만 14조 원에 이르는 ‘거물’이 증시에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삼성생명 유재성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4∼6월)에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은행·보험 등 내수주들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조업 부진을 의미’

시가총액에서 금융주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현재 금융주의 시가총액은 148조5190억 원으로 IT업종(150조1930억 원)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각각 19.8%와 20.0%다.

동부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주 부각에 대해 △굴뚝산업(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과정에 있고 △제조업의 성장성보다 금융업의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패턴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IT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던 투자자들이 점차 이익창출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싼 주식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가총액 대비 금융업 비중(19.8%)이 미국(21%) 독일(21%) 일본(19%)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주의 부상은 국내 제조업의 부진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유럽에서 금융업종 비중이 높은 것은 제조업 등 다른 업종이 강세를 보이지 못한 이유도 있다”며 “제조업을 대신해 금융주가 주도주로 나선다고 해서, 이것을 선진 증시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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