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발급 부쩍, 주택대출규제 찬물…엇갈린 금융모집인 명암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코멘트
#사례1 현대카드 서서울영업소의 이은하(40·여) 팀장은 신용카드 회원 모집으로 지난해 1억 원 이상 벌었다. 지난 3년간 공무원 등 수천 명에게 카드를 발급한 ‘스타급’ 카드 모집인이다. 이 팀장은 “잘나가는 카드 모집인들은 연간 600장 이상을 발급한다”며 “최근 회원 확대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카드 모집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례2 주택담보대출 모집 대행업체인 ‘글로벌모기지’ 이승영 대표는 최근 회사를 떠나는 대출 모집인이 적지 않아 고민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0명이던 직원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끊기면서 평균 월 200만 원을 웃돌던 급여가 40만 원 선으로 급감한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대출 알선 및 카드 발급 업무를 대행하는 금융 모집인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 카드 회사들의 회원 확대 경쟁으로 카드 모집인의 인기가 치솟은 반면 주택대출 규제로 은행대출 모집인 가운데는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 신용카드 모집인 4년 새 두배 급증

우리은행은 현재 24명인 카드 모집인을 올해 6월까지 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우리은행 신용카드사업본부 관계자는 “카드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카드 모집인에게 많이 의존하게 됐다”고 했다.

은행들이 카드회원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한때 ‘신용카드 대란(大亂)의 주범’으로까지 몰렸던 신용카드 모집인은 2003년 말 1만6509명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3만1637명으로 약 2배로 급증했다. 카드 모집인에게는 카드 한 장에 4만∼8만 원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회원이 많은 카드사일수록 신규 회원 확보가 힘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준다고 한다.

LG카드 관계자는 “예전에는 발급할 때 수수료를 다 줬지만 카드를 발급받고도 안 쓰는 고객이 적지 않아 지금은 발급 시 전체 수수료의 30∼50%를 주고 나머지는 사용 실적에 따라 3개월 정도 후에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회원 확대가 금지되고 카드 발급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모집인들은 주로 공무원, 기업, 대학, 상가 등 한 분야를 파고들면서 전문성을 키운다. 하지만 모집인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을 어기고 연회비의 10% 이상을 사은품으로 주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 은행대출 모집인 소득 급감

은행들은 주택대출 모집인이나 모집 업체에 대출 금액의 0.2∼0.4%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다. 지난해까지 집값이 오르고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모집인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였다. 금융권 퇴직자 중 상당수가 모집인 업무에 뛰어들었다.

수입도 괜찮아 월 1000만 원 이상을 버는 모집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박화재 수석부부장은 “주택대출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대출 모집인 300여 명 중 100여 명이 직장을 옮겼다”면서 “일부 대출 모집인은 ‘신용카드 모집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하소연한다”고 했다.

○ 정책 변화로 대출 모집업도 재편

은행권 대출 규제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대출 모집업에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모집인이 감소하는 반면 상호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모집인이 늘고 있는 것.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시중은행 대출 모집인은 11일 현재 4666명으로 올해 1월 22일(4856명)에 비해 190명이 감소했다.

반면 저축은행 모집인은 지난해 6월 1585명에서 올해 1월 1985명으로 400명이 늘었다. 보험사 대출 모집인(345명) 가운데 192명은 올해 2월에 집중적으로 등록했다.

제2금융권 모집인들은 주택담보대출 금액의 0.9∼1%를 받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태여서 수입이 썩 좋진 않다.

서울 서초구에서 저축은행 대출 모집업을 하는 이모(47) 씨는 “예전에는 담보인정비율(LTV)의 70∼80%를 대출해 줬기 때문에 먹고살 만했지만 지금은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에서 다시 외국계 대부업체로 이동하는 모집인도 생기고 있다. 금융 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모집인들의 이직이 잦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