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로 미국에 법률시장 뺏기지 않으려면

  • 입력 2007년 4월 10일 0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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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5년 안에 국내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국내 법무법인(로펌)들이 최고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미국 로펌들과 맞붙게 된다는 의미다. 한미 FTA가 발효되는 즉시 미국 로펌이 미국법 자문에 응할 수 있고, 2년 후부터는 국내 진출과 국내 로펌과의 제휴가 허용된다. 5년 뒤에는 양국 로펌의 동업과 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이 가능해진다. 1조3000억 원의 국내 법률시장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법조계는 FTA 시대를 맞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자칫하면 독일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1999년 법률시장을 연 독일의 경우 랭킹 10위 내 로펌 중 2곳만 살아남았다. 국내 변호사 업계는 로펌의 대형화, 로펌 인수합병(M&A), 선진 로펌의 경영기법 도입 등 나름대로 대비해 왔다고 하지만 이는 몇몇 대형 로펌에 국한된 것이다. 법률시장이 열리면 중소형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은 미국 로펌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로펌의 전문성, 수준 높은 서비스와 경쟁하기엔 한국 로펌으로서는 역부족이다.

형편이 급박함에도 6법전서(六法全書) 중심의 법과대학 교육 시스템과 사법시험제도, 사법연수원 교육, 민형사(民刑事) 사건 위주의 판검사 경력 등 법조인 양성 체계는 구태의연하다. 글로벌 로펌은 다국적 기업 및 투자은행들의 국제 업무와 분쟁 해결에 정통해야 하는데 이런 교육을 하는 국내 교육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대비책의 하나로 추진해 온 것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이나, 사법개혁위원회가 마련한 로스쿨 도입 법안은 16개월째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그동안 40여 개 대학이 시설 확충에 2000억 원을 투자하고 370여 명의 새 교수를 뽑았지만 언제 문을 열게 될지 기약이 없다. 2008년 개교 계획이 2009년으로 미뤄졌지만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밥그릇’이 작아질까 봐 걱정하는 변호사 단체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직역(職域) 이기주의 탓이다. FTA 파고(波高)를 넘기 위해서는 정부와 법조계의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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