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내 법조계는 FTA 시대를 맞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자칫하면 독일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1999년 법률시장을 연 독일의 경우 랭킹 10위 내 로펌 중 2곳만 살아남았다. 국내 변호사 업계는 로펌의 대형화, 로펌 인수합병(M&A), 선진 로펌의 경영기법 도입 등 나름대로 대비해 왔다고 하지만 이는 몇몇 대형 로펌에 국한된 것이다. 법률시장이 열리면 중소형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은 미국 로펌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로펌의 전문성, 수준 높은 서비스와 경쟁하기엔 한국 로펌으로서는 역부족이다.
형편이 급박함에도 6법전서(六法全書) 중심의 법과대학 교육 시스템과 사법시험제도, 사법연수원 교육, 민형사(民刑事) 사건 위주의 판검사 경력 등 법조인 양성 체계는 구태의연하다. 글로벌 로펌은 다국적 기업 및 투자은행들의 국제 업무와 분쟁 해결에 정통해야 하는데 이런 교육을 하는 국내 교육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대비책의 하나로 추진해 온 것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이나, 사법개혁위원회가 마련한 로스쿨 도입 법안은 16개월째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그동안 40여 개 대학이 시설 확충에 2000억 원을 투자하고 370여 명의 새 교수를 뽑았지만 언제 문을 열게 될지 기약이 없다. 2008년 개교 계획이 2009년으로 미뤄졌지만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밥그릇’이 작아질까 봐 걱정하는 변호사 단체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직역(職域) 이기주의 탓이다. FTA 파고(波高)를 넘기 위해서는 정부와 법조계의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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