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사통해 반도체 빅딜 강력 비판

  • 입력 2007년 3월 26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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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社史통해 '반도체 빅딜' 비판

LG그룹이 60년 역사상 최대의 '한(恨)'으로 남아있는 IMF 금융위기 직후의 '반도체 빅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룹 60년의 역사를 담은 사사(社史) '고객에 대한 열정 미래를 향한 도전-LG 60년사'를 통해서다.

총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에서 '빅딜'을 다룬 부분은 2페이지 분량에 불과하고 '사사'에 걸맞게 담담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지만 반도체 사업을 '빼앗긴' 데 대해 아직도 남아있는 LG의 서운함과 분노는 행간 곳곳에 배어 있다.

LG 사사는 "반도체 빅딜에 대한 평가는 후일 역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인위적인 반도체 빅딜의 강제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통합법인 출범 이후의 모습에서 나타났듯이 한계사업 정리, 핵심역량 집중이라는 당초의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LG는 반도체 빅딜이 당초부터 효과가 의문시됐다고 주장하면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합병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사는 "당시 업계에서는 반도체 합병 무용론이 제기됐으나 반도체 부문을 합병하기로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때문에 마침내 1998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천한 컨설팅 업체 ADL이 반도체 통합을 위한 평가기관으로 선정됐다"고 진행 경과를 설명했다.

사사는 또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도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불공정과 편파 시비를 야기한 반도체 빅딜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도체 빅딜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긴 LG였지만 빅딜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통합업체의 운영은 당연히 LG가 맡았어야 한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사사는 "LG반도체와 LG구조조정본부는 재무구조, 기술력,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LG반도체가 앞선다는 점을 들어 경영권 확보를 강력히 주장했고 구본무 회장도 이 같은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현대측이 '승리'하는 계기가 됐던 ADL의 평가보고서가 1998년 말 공개됐다. LG는 당시 상황에 대해 "ADL의 평가가 편파적이라는 시비가 일면서 빅딜은 또 한고비를 맞게 됐으며 LG반도체는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현대전자 중심의 반도체 빅딜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주요 인사가 "반도체 빅딜에 불응할 경우 LG는 채권은행단을 통한 만기대출금 회수 등 금융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결국은 반도체 사업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사사는 설명했다.

LG는 사사에서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진 1998년 연말은 "LG에 있어 혹독한 아픔의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물론 LG의 전문경영인들은 지금도 반도체 빅딜에 대해 '한'을 풀지 못하고 있으며 그 당시 정부 인사들과 빅딜 촉매 역할을 한 전경련 등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빅딜의 여파로 구 회장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전경련에는 발을 끊고 있다"면서 "유망한 사업을 인위적으로 빼앗겼다는 서운함은 오래도록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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