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뭉칫돈 잡아라” 세계적 자산운용사들 속속 진출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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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말 국내에 설립된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지난해 한국에서 4조 원 이상의 역외펀드(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한국 밖에서 설정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팔았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펀드 수탁액을 합치면 이 회사가 판매, 운용하는 자금은 10조 원을 넘어선다.

국내 49개 자산운용사 중 수탁액 10조 원 이상 회사가 7, 8곳에 불과한 실정을 감안하면 판매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의 본사에서도 한국의 (해외 투자) 성장 속도에 놀라고 있다”고 귀띔했다.

피델리티의 성공은 그동안 한국 진출의 득실을 재던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ING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사 설립 인가를 받았고, JP모건체이스은행은 지난해 말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예비 허가를 받았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도 지난해 서울에 사무소를 내고 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1∼6월) 중 예비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인덱스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세계적 자산운용사 ‘뱅가드’도 한국에서 기관 대상 영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에 사무소를 내고 직원을 채용해 미국 현지에서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한투신운용의 최대 주주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프라이빗뱅킹(PB) 등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UBS에 대한투신운용 지분 51%를 매각한다고 발표했으나 UBS가 스위스에서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전력이 드러나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법상 UBS가 자산운용사의 지배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되찾는 5월 이후로 협상을 미뤄 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유력 금융회사들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 시장의 해외 투자 잠재력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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