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부동산, 속은 끓고 있다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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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에서 20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5년간 청약할 수 없는데, 인천 송도의 71평형짜리 오피스텔에 당첨된 사람은 무주택자로 간주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서울 노원구 상계동 중개업소 관계자)

코오롱건설이 인천 송도신도시에 짓는 오피스텔(더 프라우)에 ‘청약 광풍(狂風)’이 불어 닥치면서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등 겉으로는 안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부동산 시장을 맴도는 자금의 투기성은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 시장 변동성 키운 정부 규제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 자체가 끊겼다는 것이다.

1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해 1월 8700건으로 한 달 전의 33%, 작년 10월의 14.5%에 그쳤다. 거래 급감에 따라 3월 첫 주 수도권 아파트 값은 전주(前週)에 비해 0.04% 오르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1·11대책’과 ‘1·31대책’이 먹히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위장된 안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 규제가 효과가 있다면 저가(低價) 매물이 늘면서 평균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돼 극단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송도의 사례처럼 어느 정도 수익만 보장되면 시중자금이 일시에 쏠리면서 청약 시장이 과열로 치닫는 불안정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은 되지만 ‘재당첨 금지’나 청약 제한의 적용은 받지 않는 규제 간 상충 현상까지 나타나 불안정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서울 양천구 목동 동양파라곤 오피스텔 67평형은 매매가가 19억 원에 이르는데도 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무주택자로 분류된다”며 “송도 오피스텔의 청약 과열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 자정능력 잃은 부동산 시장

정부 규제로 인한 거래 위축은 부동산 시장의 선순환 구조도 왜곡하고 있다.

주택 매도와 매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무주택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전체적인 자가(自家)보유율이 높아지는 수급 조절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 실제로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시범단지는 집주인들이 전에 갖고 있던 집을 팔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입주를 못하는 집주인들이 전세로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30평형대 전세금이 1억 원도 안 된다”고 전했다.

올해 9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돼도 주변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분양 차익을 건설사가 아닌 개인이 차지한다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원가연동제가 도입된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등에 청약 인파가 몰린 것도 당첨만 되면 인근 시세만큼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대학원장은 “공급 확대가 병행되지 않는 한 분양가 상한제가 주변 시세와의 차이를 노린 투기 수요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부문에서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시장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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