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쇼크로 코스피 폭락? 사자"…개미들이 달라졌다

  • 입력 2007년 3월 1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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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들이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면 증권 전문가들로부터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는 말이 있다. '주가가 싸니 이때 사야 한다'는 '저가(低價) 매입' 전략이다.

하지만 그동안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이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락하면 '심리적 공황(패닉)' 상태에 빠져 투매(投賣·마구 내다 파는 것)를 하는 것이 개미들의 투자패턴이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2001년 '9·11테러' 충격에 휩싸이면서 6018억 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했다. 지난해 10월9일 북한 핵실험 때도 1929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미들이 주식을 내던지면서 하락폭이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된 것.

하지만 '차이나 쇼크'로 세계 증시가 폭락한 지난달 28일, 개미들은 '사자' 주문으로 맞대응하는 달라진 투자패턴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폭락장에서 '사자'주문낸 개미들

28일 서울 증시에선 개장 10여분 만에 코스피지수가 60.24포인트(4.14%) 급락하면서 1400선이 붕괴되는 패닉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입주문이 들어오면서 지수 하락폭은 오후들어 40포인트 이내로 축소됐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각각 3109억 원, 2653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4739억 원 어치를 순매입하면서 이들의 매도물량을 받아냈다.

대신증권 청담지점 관계자는 "중국 증시 폭락 여파가 단기간에 수습될 것인지, 상투(고점)를 찍고 내려가는지에 대한 문의 정도만 있었을 뿐, 팔겠다고 나서는 고객들은 별로 없었다"며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개인들은 주가가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하던 지난달 22일과 23일에는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2240억 원과 903억 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주가가 최고치 수준일 때는 이익실현을 하고, 폭락장 일 때는 낮은 가격으로 매입을 하는 '영리한' 투자패턴을 보여준 것이다.

●'학습효과' 영향 커

개인들이 웬만한 주가 하락에 꿈쩍도 않는 것은 그동안의 '학습 효과'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대우증권 객장에서 만난 양 모(44·개인사업) 씨는 "주가가 떨어진 것은 중국과 미국 증시 폭락의 영향 때문이 아니냐"며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주가가 1350선까지 떨어지면 그 동안 봐 뒀던 종목을 살 생각"이라며 "증시가 폭락하면 빨리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게 사실이지만, 경험상 폭락장일수록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다른 투자자도 "9·11테러 때나 북한 핵실험 때도 증시가 곧바로 회복되더라"고 거들었다.

회사원 박 모(31·여·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이날 주가가 폭락하자 "그동안 계속 주가가 올라 망설였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 같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의 투자행태가 이전과 얼마나 달라질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신용거래 등 외상투자자들이 감소한 결과, 한층 여유를 갖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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