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아, 어디까지 가려고?”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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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씨는 주말에 차를 몰고 가족들과 함께 스키장을 찾았다. 내비게이션은 도로 곳곳을 화면으로 보여 주며 지름길을 안내했다. 아이들은 휴게소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게임과 노래방을 즐겼다. 아내는 레이저 가상 키보드로 인터넷을 연결해 리조트 예약을 확인했다. K 씨가 ‘리조트’라고 말하자 내비게이션은 음성을 인식해 화상 전화로 직원을 연결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중 절반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길안내뿐만 아니라 TV와 무선통신, 놀이 기능까지 갖춘 ‘오토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기기로 진화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올해 150만 대 이상 팔릴 듯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2004년 20만 대 수준에서 지난해 120만 대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 전국 확대와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인 ‘티펙(TPEG)’ 상용화 등으로 150만 대 이상 팔릴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까지 등록된 국내 차량(1589만여 대)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아직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중견 정보기술(IT)기업들은 내비게이션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애플이 만든 MP3 ‘아이팟’의 공세로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레인콤은 최근 내비게이션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외 전자 지도 업체와의 제휴를 이미 끝냈고 상반기 안에 하이엔드(최고급)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노래반주기 제작 업체인 금영은 5일 노래방 기능을 덧붙인 지상파 DMB 겸용 내비게이션을 내놓았다.

○대기업, 디지털 융합 내비게이션 군침

국내외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발 빠르다. 삼성전자는 3일 휴대전화 기능이 부가된 ‘블루투스 내비게이션’을 시장에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 제품에 초고속 휴대 인터넷 기능까지 얹을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보행자 사용 기능이 강화된 DMB 내비게이션을 내놓았다. SK C&C도 SK텔레콤의 풍부한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내비게이션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내비게이션 전쟁도 불붙었다.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노키아는 지난해 말 ‘노키아330 오토 내비게이션’을 공개했고 2위 모토로라도 차세대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올 가을부터 포드와 링컨머큐리에서 제작하는 10여 가지 자동차에 핸즈프리와 무선 인터넷 기능을 제공하는 ‘싱크(sync)’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자인, 기술력이 승부 가를 것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진출로 시장 규모는 물론 품질과 서비스가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영세업체 난립으로 △불충분한 길 안내 △부도에 따른 업그레이드 불가 △DMB 수신 불량 등 불만사항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카포인트의 김정훈 차장은 “디지털 제품 특성상 소비자들은 대기업 제품이라고 무조건 선호하지는 않는다. 기술력과 디자인,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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