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회사' 낡은 생각 버려라"

  • 입력 2007년 2월 6일 22시 44분


코멘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국 경제지와 외신은 6일, 한국이 경제적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선 이번 일을 재벌에 크게 의존해온 '한국주식회사(Korea Inc)'란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한국주식회사라는 잘못된 개념을 버릴 때'란 제목의 사설에서 재벌에 영합하는 것이 결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 용감한 관리가 정부와 막강한 기업의 이해에 공개적으로 도전했다"며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을 거명했다.

권 위원장은 전날 이 신문과 한 회견에서,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할 때 한국 재벌은 시장의 기능을 저해할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FT 사설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권 위원장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재벌의 파워가 1997년의 외환 위기를 계기로 약화되기는 했으나 다시 강화되는 중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보다는 상호출자 등에서 규제을 완화해줌으로써 사실상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명분은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낙관론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겠느냐고 사설은 반문했다.

FT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은 내수 부진이라면서 재벌의 영향력이 큰 수출 쪽에 성장을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임금이 뛰고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한편 재벌이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벌의 국내 투자도 자동화 쪽에 초점이 맞춰져 고용창출 효과가 적다고 사설은 설명했다.

따라서 해결책은 시장 장벽을 깨고 국내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FT는 주장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규제 완화와 관련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 투자자들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한국주식회사란 개념이 그동안 통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스스로 만든 장애물"이라면서 이것을 버리지 않으면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이 날짜 아시아판 머리기사로 정 회장 판결건을 보도하면서 한국 사법부가 기업 회계부정을 엄단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SK 최태원 회장 재판건 등을 상기시키면서 그간 기업인의 뇌물과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이 경미했으나 정 회장 재판을 계기로 사법부가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에 대한 투자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정치권의 노력에 합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저널은 이와 관련해 정 회장 판결이 노사 분규로 현대차의 대외 경쟁력이 타격을 입고 있는 시점에 나온 점도 주목했다.

한편 AP 통신은 정 회장 측이 항소할 전망이라면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여가 걸릴 이 기간에 정 회장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는 굿모닝신한증권 자동차산업 전문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 "정 회장이 (이 기간을) 경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데 사용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톱다운' 경영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AP는 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현대차가 도요타를 배워야한다면서 "도요타는 노사가 협력해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규합하는 성공을 이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