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엑소더스 가속화되나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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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김문수 경기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경기지역 한나라당 의원 12명이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공장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공장 증설 문제와 관련해 회사 임원진과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하이닉스 측은 중국 당국의 공장 용지 17만 평 무상 임대 제의와 이천 공장의 중국 이전 검토 등의 내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경기도
5일 오후 김문수 경기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경기지역 한나라당 의원 12명이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공장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공장 증설 문제와 관련해 회사 임원진과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하이닉스 측은 중국 당국의 공장 용지 17만 평 무상 임대 제의와 이천 공장의 중국 이전 검토 등의 내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경기도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8810억 원이었고 순이익은 1조 원을 넘었다.

하지만 하이닉스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에도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을 이유로 보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기 이천 공장의 증설이 사실상 무산돼 장기성장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 정부 “생산 과정 구리 배출 우려”

하이닉스는 당초 이천 공장에 13조5000억 원을 투자해 3개의 구리 공정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생산 과정에서의 구리 배출을 우려해 공장 증설에 반대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줄다리기가 계속돼 왔다. 정부가 공장 증설의 반대 논리로 내세운 것은 수질환경보전법. 이 법에 의하면 구리를 비롯한 19개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원천적으로 지을 수 없다. 또 이천 지역이 환경정책기본법상 팔당특별대책 지역이라는 점과 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및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도 반대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하이닉스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난달 18일까지 6차례나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을 사실상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 “이천공장 무산 땐 막대한 추가 비용”

이에 대해 하이닉스 측은 이천 공장 건설은 생존력 확보에 필수적이며 구리 공정도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D램 반도체를 만들려면 구리 공정이 꼭 필요하다”며 “만약 D램 생산시설이 있는 이천에 구리 공정 공장을 짓지 못하면 투자와 효율성 측면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 등을 담당하는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수도권 인근인 이천에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하이닉스 측의 주장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구리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 하이닉스 측은 “예상되는 배출량은 0.008ppm에 불과하다”며 “이는 먹는 물 기준치인 1ppm의 12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중에도 구리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반박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조영상 박사는 지난달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구리(Cu), 과연 인체에 해로운가’란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통해 “구리는 인체에 무해하고 자연에서도 구리화합물이 상당량 검출된다”며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상수원보호 지역에서 특정 유해물질 때문에 산업체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외국기업 “한국 투자환경 열악”

국내 문제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삼성전자가 독일 질트로니크사(社)와 한국에 세울 계획이었던 반도체 공장 예정지가 싱가포르로 변경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질트로니크는 외국 기업이 발붙이기 힘든 한국의 열악한 투자환경 때문에 한국 공장 설립을 반대했다.

반면 싱가포르 정부는 합작법인을 자국(自國)에 유치하기 위해 공장이 가동되는 시점부터 15년간 법인세 면제, 연구개발(R&D)과 인력 교육을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 2700만 달러 지원 등 각종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

중국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 시 관계자는 최근 하이닉스 공장을 직접 방문해 “공장 용지 17만 평을 50년간 무상으로 임대하겠다”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공장을 우시 시에 건설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이닉스는 우시 시에 8만 평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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