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삼성은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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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16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 본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삼성그룹이 16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 본관. 동아일보 자료 사진
16일 뚜껑을 연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조직의 안정을 바탕으로 하는 변화의 추구라고 해석된다. 특히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사장단의 인사 폭이 커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의 일관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해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상당수 경영자에 대해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했다.

승진과 전보를 합친 전체 사장단 인사 폭(12명)은 작년(승진 3명, 이동 1명)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편이었다.

○ 이학수-윤종용 양대 핵심 임원 유임

이 회장은 그룹의 양대 핵심 임원인 이학수-윤종용 부회장을 이번에도 유임시켰다. 원화강세 등 대내외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조직의 변화보다는 안정이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은 이들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어 여전히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며 “아직은 환율 불안 등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해 그룹 전체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이기태 부회장 승진의 의미

윤종용 부회장이 유임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앞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윤종용 시대’와 관련해 인사 발표 이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황창규 반도체부문 총괄사장과 함께 ‘포스트 윤종용’의 양대 축으로 꼽히던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기술총괄 부회장(CTO)으로 승진하면서 이윤우 부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동안 CTO와 대외협력담당을 겸임하던 이윤우 부회장은 앞으로 대외협력 업무만 담당한다.

이기태 신임 부회장은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9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통신 분야에서 한우물만 판 ‘뚝심형’ 인물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신화’를 이끌었다.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사업부인 정보통신총괄 사장 자리를 떠나 사업부가 없는 CTO 자리를 맡게 됐다는 점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과 ‘포스트 윤종용’ 경쟁을 벌이던 황 반도체총괄 사장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굳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 부회장이 이번에 먼저 승진했기 때문에 입지가 약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 후임으로는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사장이 옮겨와 휴대전화부문을 이끌게 됐다. 이에 따라 최 사장의 향후 성과와 행보를 주목할 필요도 있다.

○ 성과주의에 따른 ‘신상필벌’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이현봉 사장을 서남아총괄 사장으로 전보 발령했으나 후임은 선임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은 그동안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생활가전 부문은 앞으로 부사장 체제로 전환되거나 조직 개편에서 다른 총괄에 흡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이석재 사장을 삼성코닝 대표이사 겸임으로 발령한 것도 같은 맥락.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코닝은 삼성전자와 미국의 코닝이 지분을 공동 투자해 세운 회사다.

비슷한 성격의 두 회사지만 실적은 천양지차다.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는 해마다 50%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반면 CRT용 유리 생산업체인 삼성코닝은 적자를 내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화제의 인물들

이순동 사장 - 26년간 ‘삼성의 입’… 홍보맨 출신 사장 1호

최지성 사장 - TV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정보통신 전문가

16일 삼성그룹 인사에서 승진 또는 자리를 옮긴 주요 사장들은 현업에서 꾸준히 능력을 검증받아 온 50대가 주축이다. 이들은 탄탄한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승진한 성영목(51)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물산 유통부문 상무로 있다가 2002년 호텔신라로 옮겼다. 골칫거리였던 호텔신라 면세사업부를 흑자로 전환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천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와 1979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그룹비서실과 재무팀, 경영기획팀, 삼성물산 분당점장(상무) 등을 지냈다.

김낙회(56) 제일기획 사장은 제일기획 공채 출신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번째 사례다. 1976년 입사 후 광고기획과 영업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은 광고 전문가다. 성남고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으며 제일기획 광고국, 경영기획팀 등을 거쳐 부사장을 지냈다.

이순동(60) 삼성전략기획실 실장보좌역 사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삼성그룹에서 ‘정통 홍보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배재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이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 홍보부장을 맡은 뒤 26년 동안 ‘삼성의 입’으로 활동해 왔다.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에서 좀 더 비중이 높은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옮긴 최지성(56) 사장은 2003년부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맡아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했으며 1985년부터 반도체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반도체판매사업부 전무를 지냈다.

박종우(55) 신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1988년 미국 퍼듀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IBM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2년 귀국해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했으며, 2002년 삼성전자의 차세대 전략사업인 디지털프린팅사업부 부사장으로 옮겼다가 지난해 1월에 디지털프린팅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해진(59) 삼성BP화학 사장은 지난해 삼성사회봉사단 초대 단장을 맡았다가 1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제일모직 상무와 삼성토탈 부사장을 거쳤으며,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친형이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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