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못 믿겠다”=현대차 근로자들은 성과급 차등지급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파업 국면까지 온 데 대해 “회사와 노조 집행부 모두 못 믿겠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대의원들은 오전 조업이 끝나기 10∼20분 전부터 사업부별로 조합원들의 집결을 재촉했다. 낮 12시가 되자 조합원들은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조합에서 발간한 유인물을 보며 본관 앞으로 집결했다. 하지만 일부는 대의원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공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본관 정문과 명촌 정문 등 8개 정문에는 빨간 투쟁 조끼를 입은 대의원 10∼20여 명씩이 가로막아 서서 조합원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퇴근하는 것을 막았다. 명촌 주차장으로 나가는 입구에는 대의원과 강성 노조원 20여 명이 아예 도로에 앉아 통행을 차단했다.
이날 낮 12시 반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는 4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사 공방 계속=이런 가운데 노사 양측은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윤여철 사장이 한 말의 의미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노조는 이번 성과급 문제가 불거지자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성과급 합의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근거로 “윤 사장이 목표 달성과 상관없이 성과급 150% 지급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 녹취록 내용을 국가공인 속기사에게 의뢰해 확인한 결과 “150%를 줄 거냐 말 거냐 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100%가 됐을 때’ 주겠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즉, 윤 사장이 생산목표를 100% 달성했을 때 성과급 150%를 주겠다고 말했다며 “노조가 고의로 이 부분을 삭제해 왜곡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발언 발췌 과정에서 누락된 것일 뿐 왜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특별교섭이냐’(노조) ‘간담회냐’(회사)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대화 방법에 대해서도 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화 방법에 상관없이 만나자”고 밝혔지만 회사에 보낸 공문에는 ‘보충교섭’이라고 못 박아 결국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시민들 분노=현대차 노조가 결국 파업에 돌입하자 울산 시민들은 “또 파업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현대차 노조에 대해 “파업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울산지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노조가 끝내 파업에 들어가자 16일까지 현대차 사태 해결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현대차 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이번 주 말이나 다음 주 초 태화강 둔치에서 시민 20만∼3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대책위는 노조가 파업을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 불매운동’ 등의 강경 대응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