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공장… 갈라선 노사… 분노한 시민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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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올스톱 15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울산공장의 일부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근로자들은 생산라인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이번 부분 파업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놓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울산=전영한 기자
생산라인 올스톱
15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울산공장의 일부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근로자들은 생산라인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이번 부분 파업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놓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울산=전영한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컨베이어 벨트 소리가 요란하던 울산공장은 기계가 멈추고 부품 운반 트럭들도 운행을 중단하면서 150여만 평의 공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차량 출고가 중단되자 울산출고센터에는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출고센터 직원들은 이날 파업을 앞두고 고객들에게 “오전 중으로 차를 인수하라”고 통보했으나 일부 고객이 오후에 도착해 차를 인수하지 못하자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노사 모두 못 믿겠다”=현대차 근로자들은 성과급 차등지급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파업 국면까지 온 데 대해 “회사와 노조 집행부 모두 못 믿겠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대의원들은 오전 조업이 끝나기 10∼20분 전부터 사업부별로 조합원들의 집결을 재촉했다. 낮 12시가 되자 조합원들은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조합에서 발간한 유인물을 보며 본관 앞으로 집결했다. 하지만 일부는 대의원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공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본관 정문과 명촌 정문 등 8개 정문에는 빨간 투쟁 조끼를 입은 대의원 10∼20여 명씩이 가로막아 서서 조합원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퇴근하는 것을 막았다. 명촌 주차장으로 나가는 입구에는 대의원과 강성 노조원 20여 명이 아예 도로에 앉아 통행을 차단했다.

이날 낮 12시 반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는 4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사 공방 계속=이런 가운데 노사 양측은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윤여철 사장이 한 말의 의미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노조는 이번 성과급 문제가 불거지자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성과급 합의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근거로 “윤 사장이 목표 달성과 상관없이 성과급 150% 지급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 녹취록 내용을 국가공인 속기사에게 의뢰해 확인한 결과 “150%를 줄 거냐 말 거냐 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100%가 됐을 때’ 주겠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즉, 윤 사장이 생산목표를 100% 달성했을 때 성과급 150%를 주겠다고 말했다며 “노조가 고의로 이 부분을 삭제해 왜곡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발언 발췌 과정에서 누락된 것일 뿐 왜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특별교섭이냐’(노조) ‘간담회냐’(회사)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대화 방법에 대해서도 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화 방법에 상관없이 만나자”고 밝혔지만 회사에 보낸 공문에는 ‘보충교섭’이라고 못 박아 결국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시민들 분노=현대차 노조가 결국 파업에 돌입하자 울산 시민들은 “또 파업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현대차 노조에 대해 “파업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울산지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노조가 끝내 파업에 들어가자 16일까지 현대차 사태 해결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현대차 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이번 주 말이나 다음 주 초 태화강 둔치에서 시민 20만∼3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대책위는 노조가 파업을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 불매운동’ 등의 강경 대응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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