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올해 청사진은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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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기업들이 지난 6년간 자사주(自社株) 매입과 배당 등 주가관리에 쓴 돈은 자그마치 70조 원.’

최근 증권가에 전해진 우울한 뉴스 한 토막이다.

같은 기간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30조 원이었으니,40조 원이라는 자금이 주가관리에 쓰였다는 것이다.

만약 이 40조 원이 투자로 이어졌으면 국내 경제에는 큰 활력소가 됐을 게 분명하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래에셋그룹 본사 회장실에서 만난 박현주(49·사진) 미래에셋 회장은 “기업들이 주가 관리에 그렇게 신경 쓰는 것은 경영권 방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경영권 방어비용 투자로 이어져야”

“기업들이 왜 그렇게 주가관리에 돈을 많이 쓰는지 아세요? 다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려는 포석이죠. 경영권 방어에 대한 부담으로 자사주를 계속 사들이는 겁니다.”이에 대해 박 회장은 “미래에셋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는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총수탁액만 25조6750억 원에 이르는 ‘큰손’이다. 이 가운데 주식형 펀드만 15조5870억 원에 이른다.

실제로 5% 이상 지분 보유회사만 30개로, 미래에셋이 우군(友軍)으로 지원에 나선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회장은 “펀드를 갖고 경영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부당한 경영 간섭을 받는다면 백 번이라도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비용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다.

○ 아시아에 ‘금융제국’ 건설하겠다

최근 그의 머릿속은 온통 ‘글로벌 비즈니스’로 가득 차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미래에셋은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아시아에 걸친 ‘금융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국내 무대는 좁다는 뜻일까.

“우리나라 부(富)의 85%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데 조만간 50∼60%로 떨어질 겁니다. 그때가 되면 펀드로 자금이 몰릴 거예요. 우리가 먼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그 자금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없죠.”

미래에셋은 20여 개의 해외 펀드를 통해 3조7000억 원의 자금을 외국에서 운용 중이다. 이 펀드자금으로 지난해 창출한 수익이 약 8000억 원이다.

해외 진출 얘기로 옮겨 가자 박 회장은 굵직굵직한 새해 마스터플랜을 쏟아냈다.

“3월 홍콩에 자본금만 3000억 원 규모의 대형 증권사를 설립합니다. 투자은행(IB)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죠. 신흥시장뿐 아니라 선진국 금융시장에도 진출할 겁니다. 영국 런던에 자산운용사를 세울 거예요.”

그는 “1조 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펀드와 함께 홍콩에서 원금 보존형 헤지펀드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 5년 뒤쯤 은퇴

박 회장은 직원을 직접 뽑는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운용사 신입사원 면접은 반드시 내가 한다”며 “외국에 나가 있을 때에는 화상 면접이라도 한다”고 했다.

사원을 뽑을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정직’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5년 후를 은퇴시점으로 잡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의 ‘금융업 리더’와 ‘순익 1조 원’을 달성하면 현역에서 물러나겠단다. 아들에게는 회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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