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미니기업 가다]직원 50명 회사가 세계시장 점령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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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동북쪽으로 60km 떨어진 볼렌호버에 있는 고급 요트 제조업체 로얄 하위스만. 직원이 30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로얄 하위스만’이란 브랜드는 세계적 명사(名士)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이 회사는 세계 럭셔리 요트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고급 제품은 한 척에 1000억 원이나 하는 초고가(超高價)다. 80년의 역사를 지닌 이 회사의 ‘4세 경영인’인 알리서 하위스만 사장은 “우리는 최고급 요트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의 주역은 대부분 초일류 대기업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는 수십, 수백 명의 임직원만으로도 한 우물을 파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회사가 적지 않다. 독보적 기술력과 발상의 전환, 안정적 경영권에 바탕을 둔 이들의 활약은 해당 국가의 경쟁력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본보는 2007년 신년 기획으로 해당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달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직접 찾아가 높은 경쟁력의 비결을 분석해 소개하는 장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임직원이 600여 명인 오스트리아 항공관제 시스템 제작 업체 프리퀀티스는 1990년 관련 업계 최초로 디지털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신기술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30%로 독보적 1위다.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인 스위스 규델도 경쟁사에 비해 작업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로봇 생산 기술로 단연 돋보이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시장을 누비는 ‘강소(强小)기업’들은 경쟁력 높은 기술력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본보가 취재한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액의 15% 안팎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었다. 직원이 90명밖에 안 되지만 교통신호·과속 단속기 시장에서 세계 최고에 오른 네덜란드 가초미터의 티모 가초니더스 사장은 “기술력이 곧 마케팅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과 직원들의 창의력을 곧바로 제품화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낸 기업도 눈에 띈다.

본사 직원이 50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MBT는 ‘관절염 치료용 신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세계 20개국에서 연간 60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벨기에의 반도체 장비업체 아이코스비전은 ‘작은 우물 속의 큰 고기’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을 거뒀다.

체코의 욕실매트 제조업체인 그룬트는 단순한 기능용품인 욕실매트를 인테리어 소품화해 체코 시장에서 90%의 경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이르지 그룬트 회장은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실용성을 높이고 미적 기능도 강화해 중국산 저가(低價)제품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포스는 독특한 영역인 성분분석기 제품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해 매년 2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세계적 미니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가족 중심 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CEO)들은 가업(家業)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 오너와 직원 사이의 높은 친밀도는 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신순재(독일 함부르크대 정치경제학 박사) KOTRA 해외조사팀 과장은 “임직원 간의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과 자기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 기업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과 정부의 기업친화적 마인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브뤼셀=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코펜하겐·헬싱키=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프라하·취리히·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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