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에 신용도 반영…논란 확산

  • 입력 2006년 12월 27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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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에 이어 다른 생명보험사도 보험 가입 심사 때 개인 신용도를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신용도가 나쁜 사람은 보험 가입에 큰 제한을 받게 됐다.

생보사들은 개인 신용도와 보험금 지급 사고의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신용도 반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단순히 신용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미래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을 차별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생보사들 "역선택 방지, 선량한 가입자 보호 위해 필요" = 생보사들은 개인 신용도가 낮을 수록 보험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의 개연성이 높고 보험 사기에 휘말려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다른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신용등급이 낮을 수록 보험료 납부 능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중도 해약할 경우 환급액이 미미해가입자는 물론 보험사도 손실을 입는다는 점도 꼽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8월 개인 신용도를 보험 가입 심사에 반영하기에 앞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가입자일수록 보험금의 조기 지급률이 높고 지급 금액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A사의 경우 신용등급 8등급인 이하인 고객의 가입 1년 이내 보험금 지급률이 17%로 일반 고객 11.4%를 웃돌았고 B사는 보험 사기로 적발됐거나 관련된 가입자의 51%가 신용등급 8등급 이하로 분석됐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낮은 고객의 사망 사고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하 등급인 10등급과 9등급은 금융기관 대출 연체 등이 심각해 신용 거래가 어려운 사람이고 8등급은 단기 연체가 많아 부실화 가능성이 큰 사람이다.

게다가 이차손(예정 이율과 자산운용 수익률의 차이)과 위험률차(보험사고 발생위험률과 실제 발생률) 문제가 생보사들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보험 가입 심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가입자의 연령과 과거 질환, 직업 등을 감안해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이것 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 신용도 반영 논란 확산 = 보험 가입 때 개인 신용도 반영이 생보업계 전체로 확산됨에 따라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의 공익적 성격을 중시하는 사회 정서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일자리 감소 등으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신용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 가입마저 제한을 둘 경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사회적 약자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보험사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아닌지, 일반적으로 대출 등 금융거래에 반영하는 개인 신용등급을 보험 계약에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 신용정보 조회 건수가 많을 경우 신용등급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도 가입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7일 "보험 가입 심사 때 여러가지 위험 요인을 감안하는 것은 보험사 고유의 권한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 신용등급 반영이 신용정보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에 맞는지,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보험 가입의 제한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 불공정 소지가 없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저신용등급자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보험이라는 사적 안전망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인 과중 채무자를 범죄자로 예단하는 것"이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신체를 담보로 하는 상품이고 일시적으로 신용 불량에 빠질 수 있는데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신용등급을 갖고 일괄적으로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외국처럼 개인 신용도 반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정서 때문에 최종 결론을 못내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도입 이후 전 업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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