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도 IT계열사 통해 이익 부당이전"

  • 입력 2006년 11월 27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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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이 현대그룹 총수의 이익 편취 의혹을 제기, 주주대표 소송에 이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현대그룹의 총수 개인이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 정보기술(IT)회사가 계열사의 도움으로 급성장해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의 부를 늘리는 데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누리법무법인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100% 출자해 작년 6월말 설립한 비상장 IT업체인 현대유엔아이㈜와 현대상선의 거래 규모가 작년 3분기(7~9월)에 30억 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1~9월) 108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유엔아이가 설립되기 전인 작년 상반기까지 없던 이 회사와의 거래가 분기마다 30억 원 이상씩 이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전산비'가 작년 3분기 말 6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13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대상선의 올 3분기(7~9월) 실적은 매출액이 1조2331억 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2.7%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25억 원으로 89.7% 감소했으며 1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여 적자 전환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1~9월)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035억 원, 1413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1.6%, 49.3% 감소했다.

현대유엔아이㈜는 각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용역을 줘 처리하던 IT업무를 일괄 처리하고 자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별도로 설립된 회사로, 현 회장(68.2%),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9.1%), 현대상선(22.7%) 등 현 회장 측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이 회사가 이익을 낼수록 사실상 현 회장 모녀의 이익도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의 지분 투자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태광그룹도 이호진 회장 부자가 소유한 비상장 정보기술업체인 태광시스템즈가 계열사의 도움으로 급성장해 이 회장 부자의 부를 늘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편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총수가 개인적으로 비상장 IT회사를 소유하고, 타 계열사들이 이 IT회사의 매출을 올려줘 결과적으로 총수의 부를 늘리도록 하는 것은 국내 대다수 그룹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회사 기회 편취의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의 대리를 맡은 한누리법무법인은 지난 주 말 현대상선 이사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상환우선주 발행과 이로 인해 확보될 자금의 부당 사용,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이해관계자들 간 거래 등을 중단토록 청구하는 '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은 회사의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 일정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회사 이사들에게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로, 법원에 청구하거나 이사들에게 직접 서면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이 청구권은 향후 법정 소송에서 이사들이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결이 날 경우 이사들의 중과실 책임이 가중되는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누리법무법인은 또 현대상선 이사들에게 "2000만주의 상환우선주 발행은 과도한 비용의 자본조달 형태여서 결국 회사의 낭비와 소액주주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며 "그룹 총수가 사실상 지배하는 IT 계열사와의 거래로 인해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돼 역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한누리법무법인에 위임한 소액주주들은 총 42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39만581주(총 발행주식수의 0.3%)이며, 앞서 현대상선 소액주주 2명은 현정은 이사와 노정익 대표를 상대로 "회사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이사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상선은 28일까지 3000억 원 규모(2000만 주)의 상환우선주 발행을 위한 청약일정을 진행한다.

한편 현대상선 관계자는 "IT회사인 현대유엔아이가 탄생한 것은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IT회사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사업 기회의 편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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