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말렸더니…약효 세지고 장기보관 끄떡없는 영원으로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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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찌고, 말리고, 가리고….’ 밭에서 갓 캔 인삼인 수삼(水蔘)은 ‘세삼(洗蔘)→증삼(蒸蔘)→건조→선별’ 등의 공정을 거쳐 홍삼(紅蔘)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공 과정에서 인삼의 독성은 사라지고 영양소가 늘어난다. 부여=나성엽 기자
‘씻고, 찌고, 말리고, 가리고….’ 밭에서 갓 캔 인삼인 수삼(水蔘)은 ‘세삼(洗蔘)→증삼(蒸蔘)→건조→선별’ 등의 공정을 거쳐 홍삼(紅蔘)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공 과정에서 인삼의 독성은 사라지고 영양소가 늘어난다. 부여=나성엽 기자
충남 부여 홍삼 제조공장 르포

“철컥 철컥”, “위이잉∼”, “쏴…”

23일 오후 2시 충남 부여군 규암면 내리.

5만6289평 터에 세워진 1만8944평 규모의 고려인삼창은 다양한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로 온통 어수선했다.

인삼 수확기인 9∼11월이 인삼을 홍삼으로 가공하는 적기(適期). 최근엔 홍삼 붐이 일면서 기계 설비를 많이 늘려 일손이 더욱 바빠지게 됐다고 한다.

식품공업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3년 2715억 원이었던 홍삼시장 규모는 2005년 3900억 원으로 커졌다. 홍삼시장은 올해 5000억 원, 2010년에는 8000억 원으로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원 홍천군, 전북 완주군 등 전국 12개 수매처에서 보내 온 인삼은 모두 60여 t.

대형트럭에서 인삼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박스를 내리자 공장 직원들이 박스를 엎어 대형 세척기에 쏟아 부었다.

세척기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세척기 호스에서는 흙탕물이 쏟아져 나왔다. 숙련공들은 세척기를 빠져 나온 인삼에서 잔뿌리를 쳐 내고 길이와 굵기별로 나눠 담았다.

공장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획부 이영은(24) 씨는 “인삼에 묻은 흙은 토질이 좋기 때문에 흙탕물에서 걸러낸 흙을 구하기 위해 공장에 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 흙으로 화초를 키우면 화초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굵기와 크기에 따라 나눠 담긴 삼은 그대로 증삼(蒸蔘)기로 들어갔다. 이 기계 속에서 인삼은 5시간 정도 쪄진다.

‘장기간 저장할 목적으로 수삼을 쪄서 말린 것’이라는 홍삼의 본래 뜻을 알아볼 수 있는 공정이다.

건물 옥상으로 이동하자 커다란 온실 같은 유리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찐 인삼은 이곳에서 20일간 건조되면서 수분 함량이 75%에서 14%로 낮아진다. 수분이 14%를 넘으면 홍삼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공장 1층 포장실에서는 건조된 삼을 크기와 무게에 따라 분류한 뒤 나무 상자와 캔으로 이중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렇게 나무상자에 담긴 삼은 달여 먹는 용도로 홍삼 본 모습대로 팔리는 제품이다. 최고급 홍삼만 모아 담은 ‘천삼10지’(600g)는 300만 원이라고 한다.

나머지 드링크류나 추출물의 원료가 되는 삼은 보관창고로 옮겨진 뒤 제품을 제조할 때마다 꺼내 쓴다. 현재 고려인삼창에서 제조하는 홍삼제품은 500여 종.

포장 전 홍삼의 품질확인 공정을 맡고 있는 장성의(49) 선별팀 반장은 “이곳에 오는 삼은 6년 전부터 계약 재배된 것”이라며 “홍삼을 만지다 보면 마치 여섯 살 난 아이를 쓰다듬는 심정이 된다”고 말했다.

노재석(46) 고려인삼창 음료과장은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피부가 곱고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면서 “직원들은 술이 셀 뿐 아니라 퇴직한 직원들도 장수한다”고 자랑했다.

부여=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어떤 홍삼제품을 살까

시중에 나와 있는 홍삼 제품은 1000여 가지. 달여 먹는 뿌리삼과 달인 홍삼액을 밀봉한 파우치제품, 홍삼의 유효 성분을 농축한 진액이 있다. 또 알약처럼 먹는 정제나 캡슐, 홍삼 농축액에 각종 비타민과 식물성 성분을 첨가한 드링크류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 밖에 사탕 젤리 절편 양갱 등도 있다.

‘특정 형태의 제품이 어떤 사람에게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정에서 직접 달이는 게 번거롭다면 농축액이나 파우치제품을, 또 어린이들은 사탕이나 드링크제가 먹기 편하다는 정도.

값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편이다. 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정환(168g) 5만1000원, 홍삼톤 골드(40mL×30포) 16만 원, 농협 ‘한삼인’의 절편홍삼(20g×10봉) 4만7000원, 홍삼양갱세트 3만6000원, 개성인삼 ‘한송정’ 삼 농축액 골드(240g) 14만5000원, 홍삼정환(120g) 3만9000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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