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파동’ 딛고 美에 김치수출 한성식품 김순자 사장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코멘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11월 4일 “일부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하자 국내 김치산업은 단숨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기생충 알은 ‘일부’에서 나왔지만 국내 김치업체의 매출은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중소 김치제조업체들이 속속 대기업에 매각됐다.

하지만 중소업체인 한성식품의 김순자(52·사진) 사장은 기생충 알 시련을 극복하고 회사를 정상화했다.

김 사장은 1986년 종업원 1명을 고용해 김치사업을 시작했다. “김치 참 잘 담근다”는 주위 사람들의 칭찬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하루 생산량은 15kg. 이후 86아시아경기, 88서울올림픽과 롯데 신라 조선 호텔 등의 김치 공급권을 잇달아 따내면서 2004년 연매출 453억 원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식약청 발표가 있던 날의 일이다.

그는 “우리 제품은 괜찮다니 개의치 말자”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김치 주문량이 하루 120kg에서 20kg으로 줄고,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은행과 거래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사업을 접고 편하게 살고 싶었어요. 때맞춰 배달된 화분 하나만 아니었다면….”

화분에 매달린 리본 한쪽에는 ‘힘내십시오, 큰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신한은행장’이라고 써 있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신한은행도 우리를 믿는데 왜 당신들은 못 믿느냐”며 되레 거래처 사람들을 다그쳐 돌려보내는 것으로 급한 불은 껐다. 그리고 본격적인 회사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올해 1월 30억 원을 들여 공장 설비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세계 최고 수준의 위생시설에만 부여하는 식약청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인증을 따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성 인증도 받았다.

호텔 종합병원 관공서 등 단체급식 납품처가 모두 거래를 재개했다. 소매시장에서 판매량도 늘어나 현재 평년 매출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달 11일부터는 서양인의 입맛에 맞춘 ‘미니롤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등 특허 김치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품질관리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무치’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