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 앞두고 ‘금산분리 정책’ 다시 논란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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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눈에 띄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매각에는 국내외 자본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금산분리를 명문화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때문에 국내 산업자본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하면 제일은행이나 외환은행처럼 우리은행도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기업이 지분 매입을 통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 ‘금산분리’ 정책을 놓고 효용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우리은행 매각과 생명보험사 상장 등 ‘대형 딜’을 앞두고 국내 자본이 역차별받을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정책으로 국내 자본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헐값에 팔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번 논란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남 좋은 일은 시키지 말아야지’

금산분리 폐지론자들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금산분리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폐지론자인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외환은행을 왜 론스타에 팔 수밖에 없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도 당시 금산분리 정책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입찰 참여를 막은 결과라는 것.

대기업을 제외하고 외환은행을 인수할 국내 금융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경쟁자 하나 없이 싼값에 살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윤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쌓아두고 있는 엄청난 현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재경부와 공정위는 정책 유지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 정책이 폐지되면 재벌들이 금융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거나 경쟁 기업의 정보를 부당하게 얻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지배력을 갖는 은행을 통해 ‘장난’을 칠 수 있는 만큼 금산분리 정책 폐지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산분리 정책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사안 중 하나”라며 “지금은 금산분리 정책을 완화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 금융회사들이 자기 돈이 아닌데도 그것을 이용해 계열사를 늘리거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금산분리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외국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내놓은 ‘금산분리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서는 기업이 기존 은행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감독 당국의 적격성 심사만 통과하면 된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 경영 관점에서 적절성을 인정하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지분 규제가 아예 없다. 다만 경쟁법상 독점 관련 규제는 받는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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