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소리 없이 세상에 보답한다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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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파키스탄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는 포스코 봉사단과 함께 ‘긴급구호키트’를 만들기로 했다.

구호키트는 일일이 손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봉사자가 필요하다.

더구나 굿네이버스는 대기업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참석률 문제로 고민해 왔던 터.

굿네이버스의 최재용 대리는 포스코 측에 “몇 명이나 나서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원하는 만큼, 필요한 대로….”》

아픈 코알라를 안고 안타까워하는 여자아이와 청진기로 코알라를 진찰하는 여의사, 주인 없는 가게에서 옥수수 감자 등 농작물을 스스로 계산하고 가져가는 무인가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행복한 모습….

포스코 광고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명장면들이다. 광고 말미엔 항상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메시지가 따른다. 철강기업 포스코의 자부심이 담겼다.

단지 홍보 차원의 이미지만은 아니다. 실제로 포스코는 최근 미국 다우존스와 스위스 샘(SAM)사가 전 세계 2500여 개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환경적 가치를 분석한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철강부문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상장사협의회 등이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포스코는 연평균 1395억2139만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써 국내 기업 중 최상위권이었다.

○ 사회공헌도 ‘글로벌 컴퍼니’

포스코 사회공헌의 역사는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국내 봉사→글로벌 봉사’로 요약된다.

1980년대까지는 지역사회 지원에 주력했다. 본격적인 사회공헌에 나서기보다는 철강산업의 기초를 닦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 발전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포항 효자아트홀을 열고 포항 실내체육관 건립을 지원했다. 또 광양 정수장을 만들고 포스텍(포항공대)을 설립해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포스코의 사회공헌 활동은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된다. 이 시기 포스텍은 국내 최고 대학 가운데 하나로 성장해 한국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메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전문공연장과 프로축구단을 운영해 문화 예술 체육 부문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썼고 포항 해맞이공원 등 공공시설을 건립했다.

2003년 포스코 봉사단이 창단돼 봉사활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현재 포스코는 지역사회 지원과 인재양성을 양대 축으로 삼아 글로벌 철강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세계 각지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펴고 있다. 동남아시아 쓰나미 등 국제사회에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국내 NGO와 연대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 2005년에는 포스코청암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했다.

○ 사회공헌을 과학화하라

사회공헌은 양적 성장만큼이나 질적 발전이 중요하다.

포스코는 사회공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NGO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추진했다. NGO가 보유한 전문역량을 활용해 봉사활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굿네이버스, 기아대책본부, 월드비전 등과 손잡고 국제사회 구호에 적극 나선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긴급구호에 사용할 구호키트를 굿네이버스와 공동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태풍 ‘나비’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게 신속히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지진 피해가 컸던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지원 활동도 전문 NGO들과 공동으로 펼쳐 효과를 높였다.

올해엔 월드비전과 함께 ‘기아체험24시간’, 다일복지재단과 ‘아시아지역 안면기형 어린이 수술비 지원’, 라파엘클리닉과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소 지원’ 등의 활동을 벌였다.

사내 공모를 통해 사회봉사실 직원을 모집하고 사회복지사 출신 직원도 고용했다. 워크숍을 열어 전문성을 강화하고 2003년부터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사회공헌 성과를 지표화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갖춰 나가는 중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2005년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 시간은 30만5183시간으로 전년 대비 151% 늘었고 1인당 평균 봉사시간은 6.7시간에서 12.7시간으로 6시간 증가했다.

○ 성장과 봉사의 조화

사회공헌의 과학화와 글로벌화에 힘쓰고 있지만 포스코 실무자들은 고민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회공헌은 공허하기 때문에 회사 이익과 공익의 조화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 전략과 봉사의 조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기업 전략의 하나로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제철소가 들어설 오리사, 뭄바이 지역에서 국제 해비타트와 함께 ‘사랑의 집짓기’ 활동을 펴고 있다. 2년간 30여 채를 인도의 저소득 주민들에게 지어줄 예정이다.

사회봉사실 나영훈 총괄직은 “아프리카에서의 봉사활동이 더 시급한 것은 알지만 회사 이익에 부합하면서도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인도 지역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남아시아에서 지진해일이 나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한 모금과 매칭그랜트(임직원 성금 모금 시 회사가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를 통해 3억 원을 모았다.

이 중 2억 원은 포스코 협력업체와 관련이 있는 인도네시아 메트로TV에 전달했다. 기왕 지원하는 것이라면 포스코와 관련 있는 기업이나 단체를 통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인도 중국 베트남 등 해외법인이 있는 곳에서 우선적으로 주재지 임직원과 가족을 중심으로 봉사단을 결성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역사회 밀착형 봉사활동을 하면서 철강업과 연관성이 있는 친환경 건축기법인 스틸하우스 보급과 생태환경 보전 등 프로그램을 전문 NGO들과 함께 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5∼2006년 포스코의 주요 사회공헌 활동
시기프로그램파트너 단체
2005년대학생 전공연계 봉사활동 지원한국대학사회봉사협회
긴급재난대비 구호키트 제작굿네이버스
자활후견기관 저소득자 고용창출 사업 지원자활후견기관
지역사회복지시설 지원사회복지시설
장애인협회 지원장애인협회
사회복지시설 저온창고 지원사회복지시설
2006년기아체험 24시간월드비전
인도 사랑의 집짓기 지원해비타트
아시아지역 안면기형 어린이 수술비 지원다일복지재단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소 지원라파엘클리닉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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