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發 전세난 언제까지…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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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5) 씨는 15일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 노원구 월계동 풍림아이원 아파트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다 가격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이틀 전 정부가 강력한 현장단속 등 전세난 대책을 발표한 만큼 조금 기다리면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김 씨가 29일 다시 찾은 중개업소의 시세판에는 2주일 전 1억4750만 원이던 31평형 전세금이 1억7500만 원으로 3000만 원 가까이 올라 있었다.

정부의 전세난 대책 발표에도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인 서울 강북권의 전세금 오름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전세금 상승세가 계절적 요인으로 발생해 다음 달부터는 진정될 것이라던 정부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23∼29일 서울 강북권의 전주(前週) 대비 전세금 상승률은 0.42%로 강남(0.26%) 강서(0.22%) 도심권(0.22%)의 1.6∼2배였다. 또 대책이 발표된 9∼15일의 상승률(0.39%)보다 높으며 한 달여 전인 7월 29일∼8월 4일(0.07%)의 6배에 이른다.

강북권의 전세금 급등은 공급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 정부 발표와 달리 전세난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강북권 아파트 공급물량은 8417채로 2005년 같은 기간의 1만3338채에 비해 37%나 줄었다. 10월 이후 예정 물량을 포함한 올해 강북권의 총공급물량(1만500채)도 지난해(1만7281채)보다 39%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북권뿐 아니라 정부의 잇단 주택수요 억제 정책 때문에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서 서울 강남과 경기, 인천지역에서도 전세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건설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수도권 주택건설 실적은 8만6039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나 줄었다.

건국대 정의철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의 전세금 상승세는 계절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만 보기에는 무리”라며 “원론적인 얘기지만 주택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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