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활력 둔화 조짐” 인정…경제 빨간불 이제 보이나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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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 경제의 활력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공식 인정해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그동안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 시각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는 28일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빌딩에서 열린 당정회의를 거쳐 발표한 ‘기업 환경 개선 종합대책’에서 “창업과 공장 설립이 2004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며 국내 핵심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지속되고 이전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각종 규제의 양적, 질적 개선이 모두 미흡하다”고 자체 평가하며 세계은행이 평가한 한국의 기업 환경이 세계 175개국 중 23위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경제는 고(高)비용 구조의 고착화, 인력 부족, 규제 강화로 창업과 외자 유치 등의 측면에서 활력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달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가 좋아도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 경제로 본다면 물가, 수출, 성장률 등이 정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던 것과는 표현과 어감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한편 정부는 재정경제부 주도로 산업자원부 노동부 등 14개 부처가 참여해 만든 기업 환경 개선대책에서 115개 규제 완화 과제를 선정해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수도권 밖의 지역에서 창업해 5억 원 이상 설비투자를 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10억 원 한도 안에서 투자액의 10%만큼 보조금을 받게 된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의 틀은 유지하되 수도권에 투자계획을 밝힌 8개 기업 중 4개 기업의 승인 여부를 이르면 한 달 안에 결정하기로 했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이 다소 현실적이고 경제 중심적인 쪽으로 옮겨간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균형발전’ 등 현 정권의 핵심 정책기조는 넘어서지 못한 만큼 모든 사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등 핵심 사안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식 논평에서 “정부가 기업의 어려움을 파악해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만 출총제 폐지, 상속세 부담 완화 등에 대한 대책이 빠진 점이 아쉬우며 추가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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