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무사고 운전자 보험계약 갱신때 ‘찬밥’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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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무사고 운전자인 장모(41·서울 강서구) 씨는 평소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보험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초 보험계약이 끝나자 보험회사를 바꾸려 했다. 그러나 새로 가입하려 한 보험사는 계약을 거부했다. “무사고 기간이 길어 보험료 수입은 적은 반면 예상 보험금 지급액이 많다”는 이유였다. 대안(代案)으로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15%가량 비싼 ‘공동보험’에 들라고 했다.

공동보험은 보험사들이 순번을 정해 회사에 손실을 끼칠 소지가 있는 사람과 차례로 계약하도록 한 제도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공동보험에 든 장 씨는 “보험사를 맘대로 고를 수 없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 씨처럼 정상계약 때보다 높은 보험료를 물면서 자동차 공동보험에 가입한 무사고 운전자가 연간 2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3만5720원 더 부담

본보가 4일 입수한 보험개발원의 ‘장기 무사고자에 대한 공동인수 현황’에 따르면 무사고 운전자들은 보험업계의 2005 회계연도(2005년 4월∼올해 3월) 공동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정상적인 계약 때보다 7억8584만 원 더 냈다.

무사고 운전자 1인당 평균 보험료가 연간 3만5720원 늘어난 셈.

보험료를 정상보다 많이 낸 무사고 운전자는 △2002년 3만9000명(할증금액 18억7517만 원) △2003년 3만4000명(17억2390만 원) △2004년 3만9000명(13억8216만 원) 등으로 매년 3만 명을 넘다가 지난해 다소 감소세를 보였다.

보험업계는 “지난해에는 무사고자 가운데 계약이 만료됐거나 보험사를 바꾸려 했던 사람이 전보다 적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보험사 내부 지침에 무사고 운전자를 기피하는 조항이 여전히 있는 만큼 무사고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공동보험 서비스도 부실

무사고 기간에 따른 보험료 할인율은 △1년 10% △2년 20% △3년 30% △4년 40% △5년 50% △6년 55% △7년 60%다. 대체로 보험사들은 무사고 기간이 4년을 넘어 할인율이 40% 이상인 사람이 자기 회사에 가입하는 것을 꺼린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이미 자기 회사 보험에 가입해 있던 사람이 재계약을 요구하면 거부할 수 없지만 다른 보험사에서 넘어오려는 사람은 거부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무사고 기간이 길다는 이유 외에 차량 연식, 운전자 나이, 차종 등 복잡한 조건을 들어 무사고자들이 공동보험에 들도록 유도한다.

무사고 운전자와 계약한 보험사가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

공동보험에 든 황모(48·부산 남구) 씨는 보험사에서 계약 만료일이 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해 재계약을 못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무보험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나 수백만 원을 물어줬다.

○“보험사도 허리가 휠 지경”

보험사들은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너무 높아 고객을 가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은 최근 80% 안팎까지 올랐다. 업계는 73% 정도가 적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신동아화재는 개인 자동차 보험료를 신규 가입 때부터 평균 2% 올리고 그린화재는 1.7% 인상할 계획이다.

문혁 보험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사고를 안 냈는데도 보험료가 오르는 제도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며 “차 보험료가 평생 동안의 사고율에 연동되도록 차 보험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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