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너무 똑똑해도 탈…첨단장비 고급차들, 잔고장 많아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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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에 BMW 320i를 구입한 김모(32·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는 지난달 12일 서울시내에서 내리막길을 주행하다 갑자기 운전대가 무거워지고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아 급히 차를 도로 옆으로 세웠다. 시동이 꺼져 운전대와 브레이크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던 것. 시동은 다시 걸렸지만 언제 또 꺼질지 몰라 바로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BMW 동호회에 가입해 정보를 교환한 결과 비슷한 결함을 호소하는 BMW 소유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 최고급 자동차들 잦은 고장

2003년형 벤츠 S600을 구입한 박모(55·경기 고양시) 씨는 7월 말 출근하려고 차에 앉아 시동을 걸려고 했지만 아예 키가 돌아가지 않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시동을 걸었지만 며칠 뒤 아예 키가 돌아가지 않아 견인차로 인근 정비공장에 넣었다. 가까운 벤츠 서비스센터에 문의한 결과 전자적으로 작동하는 키 박스(Box) 고장으로 판명이 났다.

그 서비스센터에는 이미 벤츠 E클래스 등에서 고장으로 떼어 놓은 키 박스가 몇 개 더 있었다.

국산차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판매가 시작된 현대자동차 에쿠스의 경우 초기 2, 3년 사이에 나온 일부 차량 중 시동이 꺼지거나 사이드미러가 주행 중 접혀 버리고 의자가 저절로 움직이는 등 전기적 결함이 많아 구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에쿠스 등 국내외 고급차를 구입한 소비자 중 상당수는 잦은 결함으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 짧은 개발 기간이 원인

고급 자동차에서 주로 발생하는 고장은 시동 불량이나 전기·전자장비의 작동 불량 등이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자동차의 전반적인 내구성은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고급차종을 중심으로 첨단 전자장비의 장착이 급증해 관련 부분의 고장이 늘고 있다”며 “전기 관련 고장은 진단이 쉽지 않아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리고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 구입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BMW 정비센터의 한 정비사는 “2003년 이후 BMW에서 생산되는 차종들은 전자장비의 비율이 크게 늘어 고장 수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전기적인 트러블이 발생하면 정비사들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비와 개발 기간을 줄이는 것도 고장의 한 원인이다.

○ 고급 자동차들 초기 품질 일제히 하락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미국 소비자조사기관인 JD파워에서 발표한 자동차 초기 품질 조사에서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순위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벤츠의 경우 2005년 100대당 불만 건수가 104건으로 6위였으나 올해는 139건이나 돼 순위가 26위로 급락했다.

BMW도 2005년 3위에서 올해 28위, 아우디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19위로 각각 순위가 떨어졌다. 이들 고급 자동차의 올해 100대당 불만 건수는 산업평균 124건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품질 신화로 유명한 도요타(렉서스 포함)도 최근 결함 은폐 사실이 드러나거나 리콜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5일 “도요타는 너무 빠른 팽창 정책으로 일본과 북미 등에서 품질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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