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신한금융지주 나응찬 회장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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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응찬(사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2일 “더는 다른 은행들과 ‘사이즈’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 주주의 국적을 따지는 토종자본론 탓에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 16층 회의실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① 대형화서 다양화로

나 회장이 이끄는 신한지주는 최근 LG카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LG카드 인수 후 자산 219조 원으로, 금융업계 1위인 국민은행(자산 286조 원)을 견제할 만한 덩치를 갖게 됐다는 점에 금융업계는 주목했다.

그런데 나 회장은 “그런 게 의미 있나. 신한은 이제 덩치를 키워 경쟁하는 구도에서 발을 뺄 계획”이라며 금융의 대형화 추세에 다소 배치되는 말을 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임직원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나 회장은 “규모보다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LG카드 인수도 고객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해 교차 판매하기 위한 것이었지, 자산을 늘리려는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② LG카드 인수 소문과 진실

“역시 소문은 소문인가 봐요. 일각에서 제가 LG카드 인수 가격을 막판에 주당 1000원이나 올렸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얼마 전 일부 언론에서 ‘나 회장이 LG카드 인수 입찰서를 내기 직전 실무진이 제안한 가격보다 주당 1000원을 더 쓰게 해 신한지주가 간발의 차이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한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작문(作文)’이란 설명이다.

그는 “외국계 인수 자문회사와 실무 작업반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겠느냐”며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과 마지막에 미세조정을 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신한지주의 고도성장에는 나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와 조직 장악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1000원 베팅설’은 그럴듯하게 퍼졌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 금융을 잘 모릅니다. 카리스마와도 거리가 멀고요. 계열사 사장들이 알아서 하죠. 전 그걸 지켜볼 뿐입니다.”

나 회장은 은행에서 48년간 잔뼈가 굵었다. 그런데도 금융을 잘 모른다니…. ‘카리스마 경영’이라는 별칭이 부담스러워 의식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보였다.

③ 흑묘백묘론

이날 그는 금융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풍토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신한지주는 17%의 지분을 지닌 재일동포들이 최대주주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 또 전체 외국인 지분은 61.04%에 이른다.

나 회장은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외국인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데도 토종자본론을 주장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이런 국수주의가 한국 금융의 발전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을 토종자본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은행을 인수할 만한 기업이나 펀드가 국내엔 없는데, 인수 자격을 제한하면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인상만 준다는 이유에서다.

④ 이헌재 사단?

올해 6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직접 창구 지도를 했다.

나 회장은 금감위의 창구 지도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출이 은행 경영에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늘지 않도록 하려는 ‘선제적 대응’이라고 옹호했다.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나 회장은 “한국 사회에 관치금융은 이제 없다”고 단언했다.

과거 이른바 ‘이헌재 사단’에 속한 금융인과 회사가 잘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지금도 결국 정부와의 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이에 “그럼 나도 이헌재 사단인가”라며 웃었다. ‘신한은 정부 도움 없이도 잘나갔고 지금도 잘나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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