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게이트’ 터지나]‘노지원씨 증자 자금’ 누가 왜 댔는가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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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 노지원(42) 씨가 2003년 9월 우전시스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증자 대금을 전액 빌려 조달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노 씨는 2003년 9월 29일 우전시스텍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노 씨는 이때 회사에 자금을 댄 11명의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노 씨의 투자금액은 2억599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청와대 측은 이와 관련해 “노 씨는 공동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빌려 증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당시 민정수석실은 차용금으로 주식을 인수한 처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즉시 반환할 것을 촉구했으며 노 씨는 같은 해 11월 반환했다”고 말했다.

결국 노 씨는 증자에 참여하면서 자비(自費)는 전혀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 빌린 돈으로 증자 참여?

청와대의 해명대로라면 노 씨는 당시 증자에 참여했던 11명 가운데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증자에 참여했다.

그러면서도 노 씨는 11명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증자에 쏟아 부었다.

공동투자자들은 우전시스텍에 투자를 하고 싶으면 그냥 자신이 증자에 참여하면 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노 씨에게 거액을 빌려주고 노 씨를 투자에 끌어들였다. 이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노 씨는 증자에 참여한 뒤 약 2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청와대는 이를 “반환했다”고 표현했지만 결국 회사가 증자에 성공하자마자 자신은 회사와의 지분 관계를 깨끗이 정리한 셈이다.

이 같은 과정은 당시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노 씨가 주식을 처분한 것은 그가 우전시스텍의 이사가 된 12월 5일 이전의 일이다. 따라서 회사 임원이 아닌 노 씨는 주식을 처분한 사실을 공시할 필요가 없었고, 실제로 공시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노 씨가 당시 실적이 부진했던 우전시스텍의 유상증자를 돕기 위해 ‘얼굴마담’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전시스텍이 노 씨 정도 되는 비중의 인사가 증자에 참여한 것을 내세우며 다른 투자자들에게 증자에 참여할 것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 연이어 터진 ‘유령주’ 파동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노 씨가 증자에 참여한 시점이다.

노 씨가 빌린 돈으로 증자에 참여한 과정이 끝난 직후인 이듬해 1월, 증시에서는 업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른바 ‘유령주 파동’이 터져 나왔다.

몇몇 기업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를 실시하면서 실제 자금을 회사에 내지 않고 증자에 성공한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기존 주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증자와 달리 몇몇 전주(錢主)에게만 주식을 배정하고 돈을 받는 증자 형태를 말한다. 미리 사전에 돈을 댈 전주들과 약속을 해놓았기 때문에 공모(公募) 방식의 증자와 달리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당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편법이 이른바 ‘가장(假裝) 납입’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린 뒤 증자에 참여한다. 그리고 증자가 성공한 것처럼 보이면 바로 복잡한 경로를 거쳐 주식을 팔아 증자 자금을 회수해 버린다. 노 씨가 빌린 돈으로 우전시스텍에 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한 시기가 바로 유령주 파동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노 씨가 순수하게 증자에 참여할 목적이었다면 왜 자신의 돈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빌린 돈만 사용했는지, 돈을 빌려준 사람은 누구였는지 등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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