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긁을 곳’ 없는 관광한국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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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해외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신이 빚은 듯한 절경도 좋고, 찬란한 문화유산이나 이색풍물도 좋지만 쇼핑 없는 해외여행은 허전하다. ‘쇼퍼홀릭(쇼핑중독자)’이 많은 요즘에는 쇼핑하러 외국 나들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빈 트렁크로 공항을 빠져나가 해외에서 신나게 카드를 긁은 뒤 가져간 옷가지들을 버리고 새 옷과 핸드백을 걸치고 귀국하는 식이다. 수북하게 쌓인 신용카드 전표를 보고 후회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씀씀이도 커지다 보니 우리나라 전체의 여행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99년 흑자였던 여행수지가 2000년 적자로 돌아서 계속 늘고 있다. 작년엔 96억5000만 달러, 올해는 상반기에만 57억9000만 달러 적자다. 올해 상반기 상품수지는 큰 폭의 흑자였는데 경상수지가 2억6760만 달러 적자로 떨어진 것은 여행수지 적자와 해외 유학연수비 급증 탓이 크다.

▷그러나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돈을 별로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카드사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 각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카드 사용액을 조사한 결과다. 한국 방문객은 카드 사용액의 45%를 호텔과 면세점에서 썼다. 외국인 한 명이 올해 1분기 한국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396달러로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656달러의 60%에 불과했다. 돈을 쓰려고 해도 쓸 곳이 없다는 외국인의 반응은 한국 관광산업의 빈약한 현주소를 일러준다.

▷문화관광부라는 부처 이름엔 관광강국에의 의지가 담겨 있다. 관광진흥공사는 관광산업을 새로운 산업동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도 관광인프라는 취약하기만 하다. 언어소통의 불편은 그렇다 치고 가볼 만한 관광지도 별로 없고, 물건 값은 너무 비싸다는 불평을 듣는다. 외국인이 지갑을 열지 않는 주된 이유는 우리만의 매력 있는 관광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관광대국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성공 요인은 ‘차별화’다. 우리는 무얼 차별화할 것인가. 알아도 말뿐이면 소용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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