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늙어도 기술은 늙지 않습니다”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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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번 서울과 제주를 운항하는 제주항공 지양일 수석기장은 국내 항공사 소속 조종사 중 최연장자다. 1945년생이니 만 61세다.

20년간 재직한 대한항공에서 지난해 정년퇴직한 뒤 제주항공으로 옮겨와 다시 조종간을 잡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 47명의 조종사 가운데 8명이 60세 이상이다.

○ ㈜남이섬 80세까지 고용보장

60세 이상 조종사가 제주항공에 많은 이유는 정년이 63세까지이기 때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만 60세가 넘으면 퇴직해야 한다.

지 기장은 “임금은 낮아졌지만 3년간 더 일할 수 있어서 좋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비행 기량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새로 창설된 항공사의 기반을 다진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안전 비행을 위해 조종사들의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년을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건설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국제민간항공협회(ICAO)가 올해 1월부터 조종사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 건교부의 승인이 있으면 정년연장이 가능하다.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기량을 활용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정년 연장은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이 깎이는 것을 전제로 정년이 연장되는 임금피크제와는 차이가 있다. 숙련된 후임자가 없어서 마지못해 고령의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영세 제조업 사업장과도 개념 자체가 다르다.

○ 기업, 인재육성비용 절감

드라마 ‘겨울연가’의 무대였던 강원 춘천의 남이섬을 운영하는 ㈜남이섬의 정년은 80세. 전체 직원 87명 중 55세 이상 직원이 31명(35%)이고, 70세가 넘은 직원도 5명이 있다.

정년을 연장한 회사는 아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지만 고령화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년 연장은 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장년층의 현실과 부합한다.

대한은퇴자협회가 3월부터 5월까지 수도권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307명에 대해 정년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합리적인 은퇴 연령은 65세로 조사됐다.

○ 청년실업증가 부작용 지적도

정년 연장은 기업에는 인재투자 비용 회수 기회를 연장시키고 직원들에게는 애사심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청년 실업률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의 임금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고용이 힘든 이유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나이가 아닌 능력에 따라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면 고령자의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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