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업소 ‘안면 몰수’ 살아남기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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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들의 모임인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단속반’이 최근 대구 수성구의 한 중개업소에 들이닥쳤다.

지역 사정에 밝은 A 씨가 한 공인중개사의 자격증을 빌려 불법 영업을 하며 인근 아파트 매물을 ‘쓸어 담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 A 씨는 “평소 아는 처지에 왜 이러느냐”며 저항했지만, 단속반은 장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A 씨를 압박했다.

최근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자 중개업소 간 ‘상대방 밀어내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물은 거의 없는데 4월 초 기준 전국의 중개업자는 7만7953명으로 이미 공급 과잉 상태다.

협회는 이달 초부터 단속반을 가동해 중개사 자격증을 빌려 운영하는 중개업소를 구청에 고발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

협회 박광수 감사과장은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 불법 중개업소가 전체 중개 매물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일감이 없어 사무실 관리비도 못 내는 판에 불법 영업에 손님을 뺏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격증 소지자들에게는 자격증을 빌려줬다가 적발되면 자격 취소는 물론이고 자격증 비소지자들이 중개를 했을 때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도 고스란히 내야 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얼굴을 맞대고 영업하던 이들을 공인중개사들이 직접 나서 몰아내려는 것은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생색내기용 감독만 한 데 기인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격증을 빌려 영업해 온 측은 “이대로는 못 죽는다”는 입장. 공인중개사와 자격증 비소지자의 동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5년간 공인중개사와 함께 중개업을 하고 있는 B 씨는 “공인중개사는 경험이 부족하고 우리는 자격증이 없지만 동네 사정을 잘 아니까 서로 보완 관계”라며 “계약서, 실거래가신고 등 주요 서류 업무는 공인중개사가 담당하니까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체 공인중개사 22만4609명 중 28.7%만 영업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중개사 중 상당수가 자격증을 빌려주고 월 30만∼5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부동산 거래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지역별로 공인중개사 신분증 발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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