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금리는 ‘묻지마 금리’?…“적용기준 영업비밀”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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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는 연 5.3∼5.4%입니다. 단, 우리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금리에 따라 3개월마다 바뀔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의 ‘기준’은 내부 사정이라 안내해 드릴 수 없습니다.”

7일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 조건을 물었더니 국민은행 대출 상담센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1억 원을 빌리면 한 달에 약 45만 원을 이자로 내야 하지만 그 이자가 어떤 기준에 따라 바뀌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돈을 빌려 가라는 뜻이다.

이처럼 대출금리 기준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 것은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영업비밀이라는 것.

“시중금리와 경쟁 은행의 금리 등 ‘이것저것’ 고려해서 정한다”(한국씨티은행), “콜금리나 예금금리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매일 변한다”(외환은행)고 설명할 뿐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이자 종류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만 있는 줄 알지만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알 수 없는 것도 많다.

내부고시 기본금리(국민), 은행 단기시장금리(한국씨티), 시장금리연동 기준금리(외환), 기준금리(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의 대출 약관에 있는 이름만 봐서는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라면 어떤 경우에 바뀌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 대해 고정금리로 이자를 받은 것과 관련해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자 해당 은행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국민은행은 “문제가 된 상품은 변동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를 기초로 금리를 자유롭게 조정하는 고시금리”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애매한 약관 때문에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정부가 고정금리로 알려졌던 생애최초주택마련자금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생애최초대출은 고정금리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정책금리”라고 설명해 서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불분명한 대출상품에 대해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를, 금리 하락기에는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때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양현근 은행2팀장은 “변동금리의 기준을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라는 식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시중금리를 제때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기는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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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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