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장 순회 ‘6년 만의 외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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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29일 충남 서천군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이날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한솔그룹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29일 충남 서천군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이날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한솔그룹
역시 맏딸이었다.

‘삼성가(家)의 큰누나’인 이인희(78) 한솔그룹 고문이 29일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을 찾아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직원 식당’이었다.

“여기서 몇 명이나 밥을 먹지요?” 이 고문은 식당 곳곳을 살핀 뒤 브리핑을 받으러 2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그는 평소 “직원은 최고의 고객이므로 먹는 음식과 일하는 환경, 잠자리 등 복리후생에서 최고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말해 왔다.

전주시는 한솔그룹의 모태인 ‘전주제지’가 출발한 곳.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영 악화로 이곳 제지공장을 판 뒤에는 한솔케미칼 공장만이 남아 ‘그룹의 고향’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전주를 찾은 게 7년 만이네요. 구경 좀 하러 왔습니다. 둘러보니 참 좋네요. 한솔의 미래가 밝은 것 같습니다.”

본보는 이날 이 고문의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 취재에 나섰다.

이 고문은 오래전 일본 NHK방송과 인터뷰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외 언론과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지방 생산 현장을 찾은 것은 2000년 이후 처음. 이번 방문은 그가 원해서 이뤄졌다.

이 고문의 3남으로 2002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옆에서 “하도 오랫동안 공장을 안 돌아보셔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맏아들이지만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동혁 명예회장도 이날 줄곧 같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어머니를 ‘밀착 수행’했다.

이 고문은 아들들에게 ‘어머니’보다는 ‘고문님’으로 불릴 정도의 ‘경영 스승’이다. 남자 못지않은 배포와 섬세함을 동시에 갖춰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빼닮았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지금은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경영 관련 조언을 자주 하신다”고 조 회장은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도 이 고문은 훈수를 잊지 않았다. 이날의 화두(話頭)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낭비요소라도 꼭 개선하라”면서 “경영 혁신과 원가 절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30일 한솔LCD 오창공장 신축 현장에서도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공장을 짓는 일은 토대를 쌓고 기초를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 경영에서 새로 투자가 필요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지만 일단 결정이 나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결단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 고문은 고령인데도 1박 2일 동안 5개 지역을 도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건강은 매우 좋고, 요즘엔 오크밸리에서 주로 지내는데 원예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한솔제지는 최근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 초 중국산에 밀려 수익성이 낮았던 백판지 생산공장 한 곳을 폐쇄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올해 말에는 강원 원주시 지정면의 오크밸리에 스키장을 개장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전주=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인희 고문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장녀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나이기도 하다. 1979년 1월 호텔신라 상임이사를 맡으면서 경영에 뛰어들었다. 재임 중 지은 제주신라호텔을 ‘내 혼이 담긴 역작’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아낀다. 1983년 전주제지 고문을 맡으면서 삼성가의 제지 사업을 물려받았고, 1991년 전주제지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한솔그룹을 독자적으로 키웠다. 남편은 조운해(82) 전 고려의료재단 명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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